오늘 '세계 파킨슨병의 날'…일상생활능력 저하, 발병 전 '전구 신호'
치료제 없는 질환…떨림·경직보다 '생각·처리 능력' 이상 잘 살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파킨슨병은 뇌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 세포들이 점차 죽어가면서 나타나는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라는 영국인 의사가 1817년에 발표한 논문(An essay on the shaking palsy)을 통해 그 증상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지정됐다.
흔히 파킨슨병이라고 하면 손 떨림이나 몸이 굳는 증상, 변비, 수면 이상 등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운동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연구는 이 질환의 출발점이 의외로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파킨슨병재단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Nature partner journals Parkinson's disease) 최신 논문에 따르면, 연세의대 재활의학과 윤서연·이상철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성인 2만1천662명(평균 77.7세)을 평균 3.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도구적 일상생활능력'(IADL) 저하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유의한 지표로 확인됐다.
도구적 일상생활능력은 목욕하기, 옷 갈아입기, 식사하기 등의 일상생활을 넘어 전화(스마트폰) 사용, 재정(금전) 관리, 장보기처럼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말한다.
연구팀은 대상자의 IADL 점수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파킨슨병 발병률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IADL 점수가 낮을수록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IADL 점수가 가장 높은 그룹(Q4)에 속한 참가자는 가장 낮은 그룹(Q1)의 참가자에 견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45.8%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주목되는 건 단순한 연관성을 넘어 연령, 성별, 동반 질환, 생활 습관 등 다양한 교란 변수들을 보정한 이후에도 이 관계가 유지됐다는 점이다.
이는 IADL 저하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파킨슨병의 병태생리와 직접 연결된 초기 변화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IADL 저하는 파킨슨병의 단순한 동반 현상이 아니라, 발병 이전 단계에서 이미 진행 중인 신경 퇴행을 반영하는 지표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파킨슨병이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뿐 아니라 뇌 회로 이상과 전두엽 기능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나는 광범위한 신경 네트워크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복잡한 기능인 IADL이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IADL을 구성하는 10가지 요소 중에서는 휴대전화 사용과 재정 관리 능력이 저하될 경우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각각 42.0%, 53.6% 높아지는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의 초기 변화가 운동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두엽 기반의 인지 네트워크까지 확장돼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쉽게 말해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걷는 속도보다 '생각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먼저 흔들린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환자에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는 수준의 약물치료가 이뤄진다.
증상을 통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상철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과 재정 관리는 단순한 신체 움직임을 넘어 비밀번호로 화면 잠금을 해제하고 다양한 앱을 탐색하는 등 고차원의 인지 기능 및 미세한 운동 조절이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따라서 이 영역의 기능 저하는 단순한 인지 저하를 넘어 서동이나 미세운동 능력 감소 같은 초기 파킨슨병 운동 증상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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