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없는' 알맹상점 가보니…'1g 단위 리필' 알뜰소비자 발길
탄소중립에 절약까지 일석이조 "석유 수입 의존, 소비 조절 절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섬유유연제. 1g=₩4. 초 고농축. 피부자극시험 완료. 포근한 향."
중동전쟁 여파로 플라스틱 등 석유 파생 제품의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10일 오후 방문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알맹상점은 이른바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실천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은 이름처럼 포장 껍데기는 제거하고 내용물(알맹이)만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숍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줄지어 선 대형 말통들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했다. 섬유유연제부터 방향제, 바디워시, 클렌징워터, 로션까지, 말통에 담긴 다양한 리필제품은 1g 단위로 알뜰한 판매가 이뤄진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손님들은 직접 챙겨오거나 매장 곳곳에 비치된 다회용기에 필요한 만큼 화장품이나 세탁용품을 담아 갔다.
마포구에 사는 김근홍(35)씨와 송은정(31)씨 부부는 "용기에 담긴 제품을 사 가면 쌓아놓을 수납공간도 필요하고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며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했다. 4년째 친환경 소비 중인 이들 부부는 이날도 섬유유연제 200g을 다회용기에 알뜰하게 담았다.
재활용 가방을 산 남수연(36)씨도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버리지 않고 다시 쓰면 오히려 경제적으로도 좋다"며 "자원이 없는 데서 솟아나지 않는 만큼 다시 쓰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알맹상점에는 양천구 신남중학교 3학년 학생 11명도 방문했다. 교내 동아리 '글로벌 지구 구조대' 회원인 이 학생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현장 활동을 찾아다니는 중이다.
매니저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한참 상점을 살피던 천주하(15)양은 "물가도 유가도 높아진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고 재활용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가게가 집 근처에도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솔 교사 조아란(41)씨도 "워킹맘이라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데 금방 쌓이는 플라스틱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며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좋겠다"고 했다.
알맹상점 매니저 모오리돌(활동명·28)씨는 최근의 유가 급등 사태와 맞물려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점이 망원동에 있다 보니 젊은 커플도 많이 오지만 살림하는 중년층도 많이 찾는다"며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자원순환은 삶의 순환"이라고 강조했다.

알맹상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자원순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석유 파생물인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상점 한편에는 손님이 가져온 플라스틱 병뚜껑, 전선, 커피 찌꺼기 등을 분리배출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분리배출을 할 때마다 받는 스탬프는 대나무 칫솔, 유리 빨대, 코코넛 화분 등의 친환경 선물로 바꿔준다.
알맹상점이 작년 한 해 동안 리필제품 판매로 절약한 플라스틱 용기는 5만7천66개 분량, 수거한 재활용품은 4천106㎏에 달한다. 이산화탄소 감축량으로 환산하면 7t(톤) 정도로, 축구장 한 개 반 면적의 숲을 조성한 것과 같은 효과다.
전문가들 역시 중동발 위기 속에서 제로웨이스트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석유를 100% 수입한다"며 "석유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플라스틱 제품 소비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