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통일' 언급 없이 수위조절…'대만 집권 민진당 배제' 양안교류 강화 강조
'친중' 국민당 정리원 주석 "대만해협, 외세 개입 장기판 되지 않을 것"
정리원, 2028년 정권교체 성공 시 시진핑 초청 의사 내비쳐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정성조 특파원 권숙희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국공산당 총서기)과 정리원 대만 중국국민당 주석이 10일 베이징에서 한목소리로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시 주석은 '통일'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평화'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수위 조절을 하면서도 미국 등 '외부세력 간섭'에 반대한다는 뜻은 분명히 밝혔다.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과 민주진보당(민진당)을 배제하고 국민당 등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도 이어갔다.
시 주석 초청으로 방중한 '친중' 성향의 정 주석은 대만해협이 '외세 개입의 장기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거나, 시 주석의 대표적인 정치 구호인 '운명공동체'를 거론하는 등 중국에 한껏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국공 회담'에서 "국제 형세나 대만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대세에는 변함이 없고, 양안(중국과 대만) 동포가 더 가까워지며 함께 할 것이라는 큰 흐름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보 등 대만 매체들은 시 주석이 이 대목에서 "이는 역사의 필연이고, 우리는 이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리는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지키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공동의 정치적 기초 위에서, 중국국민당을 포함한 대만 각 정당·단체 및 사회 각계 인사와 함께 교류·대화를 강화할 것"이라며 "양안 평화와 동포 복지, 민족 부흥을 도모하며 양안 관계의 미래를 중국인 스스로의 손에 확고히 쥘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 ▲ 올바른 정체성으로 마음의 교감 촉진 ▲ 평화적 발전으로 공동의 터전 수호 ▲ 교류·융합으로 민생 복지 증진 ▲ 단결·분투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 등 '양안 관계 발전에 관한 네 가지 의견'을 언급했다.
그는 "92공식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것의 핵심은 양안이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 평화를 파괴하는 원흉으로, 우리는 결코 내버려 두거나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공 양당은 민족적 대의를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간섭에 반대하며,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날 시 주석은 "조국 대륙은 산천이 웅장하고 시장이 넓다. 대만 동포가 자주 와서 보고, 대만 청년이 대륙에서 교류·발전하며, 대만 농수산품과 양질의 상품이 대륙 가정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며 경제적 유화책도 함께 던졌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정 주석은 이날 "현재 함께 마주하는 것은 혼란하고 불안한 시대로, 양안 인민은 상이한 제도 속에 살고 있지만 서로 존중하고 마주 봐야 한다"며 "양당의 끊임없는 노력 아래 대만해협은 더는 잠재적인 충돌의 초점이 되지 않을 것이고, 외세 개입의 장기판은 더욱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주석은 "평화가 양안이 공유하는 도덕이자 가치라 믿는다"면서 "양측은 정치적 대결을 넘어 함께 '양안 윈윈의 운명공동체'를 모색·구축하고, 전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해결방안을 탐색하며, 대만해협이 세계 평화를 위해 충돌을 해결하는 모범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2공식 견지·대만 독립 반대'라는 공동의 정치적 기초 위에 양안은 제도적이고 지속가능한 대화·협력 메커니즘을 더 계획·구축해, 양안의 평화 발전이 역전되지 않고 근본적으로 모든 충돌 유인이 제거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담 이후 정 주석은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민진당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을 내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그는 "대만의 어떤 정당도 양안의 평화를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화된 평화의 틀은 양측의 공동 노력을 필요로하는데, 그 과정이 진전되려면 국민당이 2028년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라며 "2028년 (총통 선거) 승리해야 중국 본토와의 공식 협상에서 대만 주민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데 필요한 위임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주석은 "중국 본토 최고 지도부가 섬을 직접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시 주석을 대만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는 국민당 주석으로서 향후 정권이 교체되고 국민당이 정권을 되찾을 경우 이러한 방문이 가능하다는 구상 속에서 한 발언이라고 첨언했다.
정 주석은 대만이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호소에 시 주석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도 밝혔다.
그는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복귀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이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열린 이번 회담에서 관련 내용에 관한 대화가 오갔는지를 묻는 말에는 정 주석은 답변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영수 회담인 이른바 '국공 회담'은 2016년 훙슈주 당시 국민당 주석의 방중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국민당 주석에 당선된 '친중' 성향의 정 주석은 '친미·반중' 성향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과 각을 세우면서 적극적으로 방중 의사를 피력했다.
대만 안팎에선 정 주석이 공개적으로 "'나는 중국인'이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는 등 '친중'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 최근 국민당이 민진당 주도의 특별국방예산조례(미국 무기 구매 계획 포함)를 막아서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방중을 중국 쪽으로 한층 명확하게 다가서는 행보로 해석하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회담에는 중국 측에서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공식 서열 4위)과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서열 5위) 등 최고 지도부를 비롯해 거시 경제 수장인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 등이 참석했다.
xi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