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장악…美반도체·中희토류처럼 '무역 인질' 보유

연합뉴스 2026-04-10 17:00:07

에너지 수송로 봉쇄로 세계 경제 좌지우지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란은 세계의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봉쇄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끝에 결국 미국과 마주 보고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 중국에 이어 경제 병목 지점(pinch-points)을 무기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국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이런 경제 무기화 흐름이 확산해 세계 경제에 더 많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세계적 경제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이란이 지난 수십년 동안 핵심 분야 지배력을 활용해 외교 정책을 펴온 미국과 중국의 선례를 따라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달러 기반의 세계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 특정 개인과 기업, 정부를 제재해왔다.

아울러 반도체 분야의 기술 우위를 활용해 중국의 군사력 발전을 가로막고, 중국의 첨단 경제 도약 노력에 건건히 제동을 걸어왔다.

미국의 전방위 견제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중국도 희토류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관계를 새롭게 재편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전투기에서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 희소금속 전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어 미국 산업계를 압박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관세, 통상 분야 양보를 끌어낼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의 산업 공세에 맞닥뜨린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2023년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제도를 도입했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 시장,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다.

EU는 연초 '그린란드 위기' 속에서 군사 행동과 관세 카드를 꺼낸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상호 경제에 큰 충격을 줄 ACI 발동 검토 카드로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를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긴밀한 공급망을 연결된 상황에서 '상호확증 경제 파괴'를 통한 억지력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도쿄에 있는 싱크탱크 지정학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앤드루 카피스트라노는 WSJ에 "그런 억지력을 가지려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끊지 말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나는 네가 필요한 것을 끊을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문사 미네르바 테크놀로지 퓨처스의 전략 책임자이자 전 미국 상무부 당국자인 에밀리 벤슨은 "억지력을 구축하려면 다른 나라들이 당신의 공급망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권력의 테이블에 자리를 얻으려면 상호 연결된 상호 연결된 세계 경제의 거미줄 속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