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사모대출 펀드 환매요청 30조원 넘어"

연합뉴스 2026-04-10 12:00:03

전체 자산의 7%…운용사들 '환매 제한' 카드

"운용사들 펀더멘탈 확언해도 투자자 불안 여전해"

월가를 지나가는 행인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올해 1분기 미국 사모대출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한 금액이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자체 집계를 통해 사모대출 펀드에서 올해 1분기에만 208억달러(약 30조7천억원)의 환매 요청이 발생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블루아울 등 주요 펀드 운용사들이 큰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FT가 확인한 사모대출 펀드들의 자산은 모두 합쳐 3천억달러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환매 요청 금액이 전체 자산의 약 7%에 달한다.

운용사들은 통상 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막고 안정적 투자를 보장하고자 미리 환매 한도 비율을 정해둔다.

올 1분기에 자금이 이례적으로 크게 이탈하면서 운용사들은 대거 '환매 제한' 카드를 꺼내 들어 환매 요청 금액의 약 절반만 지급했다.

미국 월가 [자료사진]

이에 따라 많은 투자자는 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2분기 말인 다음 환매 가능 기간을 기다리는 처지에 처했다고 FT는 전했다.

사모대출 펀드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기업에 대출해 수익을 낸다. 이런 상품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과 인수·합병(M&A) 분야의 유동성 조달 창구로 최근 5년 사이 빠르게 성장해 미국 금융투자 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혔다.

그러나 작년부터 사모대출 펀드들이 실적이 불투명한 기업에 맹목적 대출을 남발하고 자산 부실화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월가에서는 사모대출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월가 표지판

미국 버다드 어드바이저스의 그렉 오벤샤인 신용 부문 이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투자자 이탈 현상을 두고 "대부분의 신용 주기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단계"라며 "이런 자금 흐름은 향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시장의 관측을 반영하는 위기 지표이며, 그 자체가 숨겨졌던 부실을 표면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블랙스톤과 아폴로 등 주요 운용사들은 투자자 불안 증폭과 '펀드런' 문제를 막고자 홍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FT는 짚었다. 일각의 지적과 달리 실제 자사 펀드의 펀더맨털(기초체력)은 튼튼하고 부실 우려 요인이 없다는 취지다.

블루아울의 크레이그 패커 공동 사장은 자사 펀드 투자자들에게 "현재 사모대출 시장을 둘러싼 부정적 담론과 우리 포트폴리오의 실제 기초 여건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월가의 우려는 여전하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지금껏 쌓였던 부실 대출 부담이 막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 데이터를 보는 트레이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사모대출 업계가 AI 보편화로 실적 악화 위험이 커지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해 많은 대출을 해준 사실을 지적하며, 이 여파 등으로 현재 5% 수준인 채무불이행 비율이 내년에는 8%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 재무부는 최근 사모대출 펀드의 자금 이탈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번 주 환매 압박이 커졌다며 사모대출 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대니얼 패넌 애널리스트는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계속 확언하지만, 자금을 회수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고 환매 대기 행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