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러시아 잠수함 3척, 해저케이블 감시 시도"…러는 부인

연합뉴스 2026-04-10 10:00:10

AFP통신 "러시아, 한 달간 英해역서 '은밀한 작전' 수행 추정"

영국 해군이 배포한 러시아 잠수함 사진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영국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잠수함 3척이 자국 북쪽 해역에 침투해 해저 케이블을 감시, 훼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이 해역에 공격용 잠수함 1척을 보내 주의를 분산시킨 뒤, 다른 잠수함 2척으로 해저 케이블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러시아의 '은밀한 작전'은 약 한 달간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힐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당신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리 장관은 이어 "영국 군함과 항공기가 모스크바(러시아)의 악의적인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이곳에 배치됐다"며 영국의 기반 시설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섬나라인 영국은 해저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으며, 영국에서 매일 발생하는 인터넷 통신량의 90% 이상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고 있다. 만약 해저 케이블이 훼손되면 영국의 데이터와 통신은 즉각 교란될 수 있다.

영국은 러시아 측 잠수함을 인지한 뒤 호위함 HMS 세인트 알반스, 유조선 RFA 타이드스프링, 대잠 헬리콥터 멀린을 투입해 상대 잠수함 3척을 모두 추적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영국 외 다른 국가들도 추적에 참여했으나, 힐리 장관은 노르웨이 외 다른 참여국은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잠수함 3척 가운데 공격용 아클라급 잠수함은 영국군에 발각된 후 곧바로 영국 해역을 떠나 러시아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 심해연구국(GUGI) 소속 함정 2척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고 힐리 장관은 전했다.

GUGI는 약 50척의 특수 선박을 운용하는 수중 감시·정찰·공작 특화 기관으로, 극비리에 운영되며 러시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미국을 제외하면 지구상 어떤 나라도 극한의 깊이에서 군사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GUGI와 같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GUGI의 활동은 직접적인 살상 공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적대적인 행위를 이어가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

러시아는 영국의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는 영국에 매우 중요한 수중 기반 시설을 위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의 감시활동이 유사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만일 전쟁이 벌어질 경우 러시아가 미리 설치했을지 모르는 장치를 가동해 영국의 데이터 차단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mskwa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