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시동은 걸고 끄나, 켜고 끄나

연합뉴스 2026-04-10 00:00:21

시동(始動)은 전동기나 기계 따위가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그런 것을 가동하기 시작함을 뜻한다. 차(車)에 대해서는 파워 온·오프용 버튼을 누르거나 키를 넣어 엔진을 돌리기 시작할 때 '시동'을 입에 올린다. 호∼ 불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추위에는 자가용에 미리 시동을 걸어 놓는 게 상책이다. 차 안 보온을 위해서다. 이렇게 쓰이는 '시동을 걸다'는 관용구로도 폭넓게 사용된다.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은 죄다 시동을 건다고 한다. 출마 후보들은 선거 운동에 시동을 걸고 팀은 늦시동을 걸어 역전승을 노리며 사람들은 대세를 뒤집을 반전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다. 어떤 일은 시동이 늦게 걸리기도 한다. 시동은 걸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걸리기도 하는 것이다.

'시동'에 대한 사전의 정의

그런데, 한 신문 기사 제목에서 시동을 켠다는 표현을 보았다. 보자마자, 시동은 거는 것이지 켜는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구글 인공지능(AI)에 물었다. "시동을 걸다"가 더 정확하고 일반적인 표현이지만 최근에는 "시동을 켜다"라는 표현도 많이 혼용한다는 답을 얻었다. AI의 이런 결론을 이끈 근거가 그럴듯하다. "버튼을 눌러 엔진을 가동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전자기기를 켜는 것처럼 '켜다'라는 표현을 함께 쓰게 됐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했던가. 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다. 말이라고 다를까.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고 보니 걸린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시동이 꺼졌다"고 말한다. 켜진 시동이 꺼진 것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