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지능이 있다"…'인간 너머'와 소통하는 AI의 미래

연합뉴스 2026-04-10 00:00:17

신간 '새와 나무와 돌멩이의 지적 세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동물의 지적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거울 테스트'가 있다. 동물의 몸에 표시를 한 뒤 거울을 보여주고, 이를 자기 몸으로 인식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인간이 거울 앞에 세운 많은 동물종 중 하나인 마카크원숭이는 자신의 거울상과 눈을 절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거나 거울에 비친 원숭이를 라이벌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학술 논문은 마카크원숭이가 자기 인식 능력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리스 출신 예술가 겸 철학자인 제임스 브라이들은 저서 '새와 나무와 돌멩이의 세계'(원제 'Ways of Being')에서 마카크원숭이들에게도 당연히 자기 인식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인간과 달리 이들은 얼굴보다 엉덩이를 보여주며 소통하는 성향 때문에 거울에 얼굴이 아니라 엉덩이를 비춰보는 것이라며 "원숭이에게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면 엉덩이 셀카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능을 측정하는 도구 자체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지적 능력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인류에 가져다줄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쓴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지능'의 개념에 주목한다.

침팬지나 돌고래 등 인간의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들의 사례에 힘입어 "지능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은 꽤 오래됐지만, 저자는 지능의 개념을 이보다 더 확장한다.

"지능은 머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문어에게서 볼 수 있었듯이 문자 그대로 몸 전체를 사용하여 지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지능은 이 세상의 여러 존재 방식 중 하나다. 지능은 세상에 대한 인터페이스이며, 그것은 세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마카크원숭이를 비롯한 여러 동물뿐 아니라 식물들, 심지어 돌멩이와 같은 무생물에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존재하기 위한 '지능'이 존재한다.

지능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면 '인공지능'의 개념도 달라진다. 흔히 인공지능을 말할 때 인간의 지능과 동일한 수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능을 말하는데 이러한 오류가 AI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오염시킨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인간 중심의 지능 인식에서 벗어나 '인간 너머 세계'의 지능을 이해하고 기술을 통해 이들과 소통해 '지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저자가 그린 장밋빛 AI의 미래다.

'인공' 지능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연'으로 눈을 돌린 저자의 시각은 AI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전망 중에서도 단연 독창적이다.

코쿤북스. 김보영 옮김. 460쪽.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