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화풍에 담긴 고요한 풍경…모린 갈라스의 구상 속 추상

연합뉴스 2026-04-10 00:00:17

미국 대표하는 풍경화 작가…글래드스톤 서울서 첫 개인전

모린 갈라스 작 '비치 섀크, 도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가로 30.5㎝, 세로 25.4㎝의 작은 패널 안에 무한한 하늘과 바다가 그려져 있다. 화면 중간에는 작은 집 하나가 있다. 집을 관통하는 창문을 통해 하늘과 바다가 보이고, 다른 가구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집 주변에는 풀과 바위 등이 있는데 색으로만 표현돼 형태는 불분명하다.

이 그림은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서울에 전시된 미국 회화 작가 모린 갈라스(66)의 2026년 작 '비치 섀크, 도어'(Beach Shack, Door)다.

모린 갈라스 작 '록키 비치, 레인보우'

갈라스의 국내 첫 개인전 '4월 2026'(April 2026)이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9일 개막했다.

갈라스는 미국 북동부의 해안과 농촌의 고요한 풍경을 절제된 화풍으로 묘사한다. 소박한 집, 드넓게 펼쳐진 해안가, 길게 이어진 도로, 화단의 꽃 등을 그린다.

모린 갈라스 '4월 2026' 전시 전경

갈라스 그림의 특징은 집이나 꽃, 해안가 등 구체적인 대상은 화면 가운데에 두고, 주변은 추상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이다. 주제가 구체적이면서도 모호해 실제 풍경을 넘어 작가의 인식 속에 재구성된 장소임을 드러낸다.

또 다른 특징은 엽서나 휴가지의 스냅사진처럼 보이는, 4호 정도 크기의 비교적 작은 화면에 두꺼운 붓 터치가 더해진다는 점이다.

이 정도 크기일 때 작품과 관람객의 관계가 더 내밀하고 사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작가는 믿는다.

같은 작가의 그림도 크기에 따라 작품 가격이 달라지는 시대에 그는 고집스럽게 작은 캔버스나 패널, 종이에 그리는 방식을 유지한다.

물을 많이 사용하고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려 형성된 질감, 두텁고 풍성한 붓질로 추상적 표현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갈라스 회화의 상징이다.

모린 갈라스 작 '4월, 2025'

갈라스의 그림에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글래드스톤의 폴라 차이 파트너는 "인물이 등장하면 작품이 해당 인물의 서사로 연결될 수 있어 이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신 관람객이 주인공이 돼 작품의 서사를 만들어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모린 갈라스 '4월 2026' 전시 전경

갈라스는 미국 코네티컷주 출생으로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뉴잉글랜드 해안 풍경과 그 주변 환경을 꾸준히 그리며 특유의 명상적인 회화를 통해 익숙함과 낯섦을 표현한다.

201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회고전을 열었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풍경화 작가로 꼽힌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폴라 차이 파트너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