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지난달 특수부대 등에 제재 유조선 나포 권한 부여
실제 나포 사례는 '0'…"러, 스타머 농락 중"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영국 해역을 통과하는 러시아 '그림자 선단'을 나포하겠다고 위협했는데도 러시아가 군함까지 보내 제재 대상 유조선들을 호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호위함 아드미랄 그리고로비치호는 두 척의 러시아 선박을 호위해 영국 남부 해역을 지나갔다. 이 모습은 도버에서 약 116㎞ 떨어진 해상에 있던 텔레그래프 기자가 목격했다.
아드미랄 그리고로비치호는 대함·순항·지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3천620t급 호위함으로, 이날 오전 9시 직후 플리머스를 향해 서쪽으로 항해하던 600ft(피트)급 유조선 유니버설호와 에니그마호 사이에서 항해했다.
러시아 선적 유조선 유니버설호는 지난 1월18일 러시아 비소츠크항을 출항했다. 이 유조선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석유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9월 영국 해역 내 입항이 금지됐다.
카메룬 선적의 에니그마호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북쪽 프리모르스크항을 떠나 튀르키예로 향하고 있었다. 이 선박 역시 러시아 정권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영국으로부터 제재받았다.
텔레그래프는 제재 대상인 또 다른 두 척의 러시아 유조선이 전날 저녁 영국 해역에 진입해 반대 방향으로 항해 중인 사실도 확인했다.
영국 총리의 나포 위협에도 러시아 유조선들이 마음대로 영국 해역을 드나드는 것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26일 영국 해군과 특수부대에 영국 영해를 지나는 러시아 제재 대상 유조선에 승선하고 필요시 이를 나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단 한척의 러시아 선박도 나포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스타머 총리의 발표 이후 수십 척의 러시아 선박이 영국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앤드루 폭스 퇴역 소령은 "러시아는 지금 스타머를 완전히 농락하고 있다"며 "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진정으로 진지하다면 이런 그림자 선단을 단속해 푸틴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 300여척이 영국 해역을 통과했다.
해상 전문가들은 이들 선박을 모두 나포하는 건 영국으로서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나포에 막대한 인력이 필요한 데다, 나포된 대형 선박들을 정박시킬 마땅한 항구가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그림자 선단 나포에 대한 논평 요청에 "진행중인 작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sa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