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야권, 람슈타인 美공군기지 폐쇄 요구

연합뉴스 2026-04-09 19:00:08

트럼프 '이란 문명파괴' 위협에 "미국 들러리냐"

람슈타인 공군기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미군의 해외 최대 공군기지인 독일 람슈타인 기지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독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법 위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미군의 이란 공습에 이 기지가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이네스 슈베르트너 좌파당 공동대표는 8일(현지시간) dpa통신에 "트럼프의 행동에는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며 람슈타인 기지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미국의 제멋대로 정책에 들러리로 계속 남길 원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이란 문명을 통째로 파괴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독일대안당(AfD) 티노 크루팔라 공동대표도 지난달 말 작센주 전당대회에서 독일이 더이상 외국 군사작전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독일 주둔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그는 외국 군대와 핵무기 철수를 명시한 AfD 당헌을 언급하며 "미군 철수를 시작으로 이를 실현하자"고 말했다. 극우 정당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군사기지 사용 등 미국의 요구를 모조리 거부하고 있는 스페인 좌파정부를 칭찬하기도 했다.

독일 반전단체들은 부활절을 맞아 지난 6일 미국 핵무기가 배치된 뷔헬 공군기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튿날은 76세 활동가가 연방총리실 건물에 붉은 페인트를 뿌린 뒤 '람슈타인을 끝내라. 메르츠(독일 총리), 너는 국제법을 위반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쳤다가 체포됐다.

나토 연합공군사령부(AIRCOM)가 있는 람슈타인 기지는 미국이 해외에 운용하는 최대 규모 공군기지다. 독일 매체들은 항공기 운항 빈도 증가 등을 근거로 이번 중동전쟁에서도 미군이 이 기지를 군용기 발진·기착 거점으로 쓴다고 본다.

람슈타인 공군기지

람슈타인 기지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은 과거에도 문제가 됐다.

2012년 미군의 테러조직 알카에다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예멘인 2명이 람슈타인 기지의 위성통신 중계시설이 드론을 날리는 데 쓰였다며 독일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미군은 2010년 독일 정부와 협의해 기지 안에 위성통신망을 구축한 뒤 중동을 포함한 해외 드론 작전에 쓰고 있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람슈타인 기지 시설을 이용한 미군의 작전에 독일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독일 정부는 이 결정을 근거로 이번 중동전쟁에서도 람슈타인 기지 사용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제바스티안 힐레 독일 정부 부대변인은 8일 "람슈타인에 대한 우리 입장은 충분히 논의돼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인사들은 '이 전쟁은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며 중동전쟁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스페인 등 유럽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군사기지 사용은 문제삼지 않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전쟁에 협조하지 않는 동맹국 주둔 미군을 재배치하고 최소 한 곳의 유럽 군사기지를 폐쇄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