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증시는 주춤
"휴전 발표 직전 원유 선물 대량 거래"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9일 오후 3시46분 기준 국제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종가보다 2.31% 오른 배럴당 96.97달러를 나타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같은 시각 97.61달러로 전장보다 3.46% 뛰었다.
미국과 이란은 7일(현지시간) 극적으로 2주 휴전에 합의했고 이 여파로 국제 유가는 장중 최대 19%의 수직 급락하며 브렌트유 선물과 WTI 선물 가격이 모두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양측이 9일 상대방의 합의 위반에 대해 경고하며 긴장이 고조되자 유가에 다시 상방 압박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세계 에너지 동맥'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지 않은 것도 여파를 미쳤다고 짚었다.
휴전 합의에도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이 통제되면서 많은 유조선과 화물선이 해협 주변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요지다.
미국 금융사인 BOK 파이낸셜 증권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 부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WTI 가격이 80달러 초반까지 내려가려면 호르무즈 해협이 아무런 걸림돌 없이 완전히 개방되는 모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2주 내에는 이런 온전한 개방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제로 휴전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합의 이행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란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두고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11일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우라늄 농축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등 주요 현안에서 양국의 입장차가 큰 만큼 빠른 타결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중동 상황에 대한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0.73%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1.61%, 1.27% 빠졌다.
대만의 자취안 지수는 0.29% 상승 마감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 선전종합지수, 홍콩 항생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4시10분 기준 1% 이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휴전 합의를 발표하기 수 시간 전인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7일 오후 7시45분(한국시간 8일 오전 4시45분)께 일부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을 점치며 9억5천만달러(약 1조4천억원)어치의 브렌트유·WTI 선물을 대거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단일 대량 주문으로 선물을 매도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해당 매매가 정규 정산 시간 이후에 이뤄진 만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시 매도된 브렌트유 선물과 WTI 선물은 각각 당일 정규 거래량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통상 투자자들은 여러 거래소에 걸쳐 분할 주문을 내거나 브로커를 통해 수 시간에 걸쳐 알고리즘 매매를 진행해 자신의 매도가 시장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한다.
이런 이례적 거래는 지난 달 23일에도 있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연기를 발표하기 불과 15분 전 5억달러(약 7천400억원) 규모의 원유 선물을 매도했다. 이 발표 뒤 국제 유가는 약 15% 하락했다.
미국의 선물 거래소 운영사인 CME그룹은 이번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라이벌 운영사인 ICE와 미국의 전문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논평 요청에 즉각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ta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