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인사 색출에 활용돼"…노르웨이 텔레노르 "군 요구 거부할 수 없었다"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노르웨이 통신기업 텔레노르의 미얀마 이용자들이 이 회사가 고객 개인정보를 미얀마 군사정권에 넘겨줘 민주화운동가 색출에 활용하게 했다면서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스웨덴 비영리단체 '정의와 책임 이니셔티브'(JAI)는 텔레노르 미얀마 자회사 고객 1천200여명을 대리해 노르웨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텔레노르가 최소 1천253명의 전화번호와 이름·주소·은행 계좌·위치 데이터·통화 기록·페이스북 계정 등을 포함한 데이터를 군사정권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군사정권이 이 데이터를 민주화 운동가들을 식별, 체포, 기소하는 데 활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사정권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2021년 민주 진영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표 제야 또 의원, 시민운동가 아웅 뚜를 체포했다고 원고들은 주장했다.
이에 따라 표 제야 또 의원은 2022년 반테러법 위반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됐으며, 아웅 뚜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원고들은 데이터 공유로 피해를 본 고객 1명 당 9천 유로(약 1천55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텔레노르는 2014년 미얀마에서 서비스를 시작, 쿠데타가 일어난 2021년까지 1천800만여명의 고객을 확보하며 현지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후 쿠데타가 터진 뒤 군사정권의 감청·감시 협조 압박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2022년 3월 미얀마 사업을 미얀마 군부와 관련된 업체 등에 매각하고 현지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철수 전 고객 개인정보를 군사정권에 제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르웨이의 텔레노르 본사는 자회사 측에 정권 요구에 따르도록 권고했다고 원고 측은 주장했다.
이에 텔레노르는 성명에서 "미얀마에서 군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면 최악의 경우 투옥, 고문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었다"면서 "텔레노르 미얀마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직원들의 생명을 갖고 '러시안룰렛'을 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텔레노르의 데이터가 당국에 의해 악용됐다면 끔찍한 일"이라면서도 "미얀마 군 당국이 자국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