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원, 일본 11차례 언급하며 "日제국주의에 베인 상처 아물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집권 여당의 반발 속에 중국을 방문한 대만 제1야당 대표가 일본의 대만 식민 통치 역사를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친일 성향 행보를 보여온 대만 여당 민진당을 견제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의 역사적 배경으로 일본의 '책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대표)은 지난 8일 장쑤성 난징에서 국부 쑨원의 묘소인 중산릉을 참배한 뒤 '일본'을 11차례나 언급했다.
정 주석은 중산릉 보아이광장에서 18간 행한 연설 중 일본이 대만사회와 민족정서를 억압했다며 "청일전쟁 때 일본 제국주의의 큰 칼에 베인 상처가 양안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쑨원의 서거 당시 대만이 이미 30년간 일본 식민지로 전락해 있어 대만인들은 본토 민중처럼 공개적으로 추모를 할 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성도일보는 "역대 국민당 주석들의 중산릉 참배 발언은 대체로 쑨원이 중화민국을 세운 역사와 그의 사상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라면서 "이전과 달리 정리원은 대만의 일본 식민 지배 역사를 두드러지게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정치권의 격렬한 논쟁 속에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정 주석이 연설 중 여러 차례 감정이 북받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역사적인 상징성이 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중국 본토와 대만을 갈라놓은 것이 일본의 제국주의 세력이라는 비판, 청나라가 무너진 1911년 이후 지식인들은 부흥한 중국이 언젠가 대만을 되찾고 일본의 식민 통치를 끝낼 것으로 기대했다는 언급 등을 정 주석이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발언 속에는 중국과 대만의 공통된 역사적 기억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매체 중국시보는 정 주석의 연설에서 일본 식민 역사가 언급된 점을 주목한 전문가 분석을 보도했다.
뉴쩌쉰 대만 문화대 광고학과 교수는 "정 주석의 연설은 쑨원과 대만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 민진당 정부의 친일 성향을 측면에서 겨냥하려는 의미를 담았다"라면서 "전체적인 주제를 '평화'에 집중해 민진당 세력의 '반중' 공격을 돌파하려고도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의 연설 내용이 단순히 중국 정부의 공식 역사관만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대만 국민의 정서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치둥타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싱가포르의 중국어매체인 연합조보에 "정 주석은 중국과 대만을 연결하는 데 공동의 위인인 쑨원과 공동의 적인 일본 군국주의 등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전 국민당 주석들과 달리 정 주석은 중국 본토 중심의 시각이 아닌 대만에 자리 잡은 국민당의 시각에서 일제 식민역사와 국민당의 성과·과오를 언급했다"라면서 "이는 연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친중'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uki@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