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건 상해' 업체측 처음부터 거짓말…발길 돌린 경찰·소방

연합뉴스 2026-04-09 12:00:09

사건 당일 아주대병원 앞서 119 신고…"자기들끼리 장난치다 다쳐"

"자체 이송하겠다"고 말해 놓고는 병원 아닌 숙소로 향해

(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외국인 노동자의 신체에 에어건을 분사해 장기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사업주 측이 사건 당일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허위의 진술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간 사업주 부부가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119에 신고하면서 환자에 대해 "동료와 에어건을 쏘면서 장난을 치다가 다친 것"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에어건 사건 도금업체

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 사건 당일인 지난 2월 20일 오후 8시 9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앞에서 "외국인 환자인데 장 파열이 됐다. 아주대병원에 왔지만, 진료가 되지 않는다.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아주대병원에서는 당시로선 신원이 불분명한 환자 40대 태국인 A씨에 대해 진료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수원소방서 구급대원들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A씨의 건강상태 및 신원 확인에 나섰다.

그런데 당시 A씨와 동행했던 화성시 향남 소재 도금업체 사업주 60대 B씨 부부는 사고 경위에 대해 "(환자가) 동료와 에어건으로 장난을 친 뒤 복통이 생기고 복부에 불편감이 시작됐다고 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진술을 청취한 구급대원들은 이어 A씨의 외국인 등록카드를 통해 그의 체류 기간이 경과한 것을 확인하고, 매뉴얼에 따라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경찰 역시 현장에서 동일한 절차를 밟았다.

수원영통경찰서 지구대 경찰관들은 119 신고 당사자인 B씨 아내로부터 "(환자가) 지인들과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는 진술을 듣고, 단순 사고로 인한 부상자로 추정했다고 한다.

A씨의 경우 구급차에 실려 누워있는 상태여서 직접 진술을 받을 수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경찰은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A씨의 신원 조회를 요청한 결과 불법체류자인 것을 파악했지만,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환자는 통보 면제 대상에 해당해 우선 치료받아도 된다"는 답변을 듣고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B씨 부부는 "환자를 알아서 병원에 데려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병원 이송이나 추가 조사를 더 이상 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상황을 종결했다.

그러나 B씨 부부의 말과는 달리 A씨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이후 이튿날 새벽부터 심한 복통을 느낀 A씨는 119를 불러 오산한국병원을 찾아 수술받았다.

A씨는 외상성 직장천공 등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 중이다.

A씨를 돕고 있는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 "당시 A씨는 배에 10㎝ 크기의 구멍이 뚫려 출혈이 발생해 당장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였다"며 "그러나 A씨는 수술 전날 방문했던 병원에서 비용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등 올바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상해 혐의로 B씨를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A씨의 파견업체 대표 및 그의 동료인 외국인 노동자를 참고인으로 잇달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출동한 경찰관과 구급대원들을 대상으로도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