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드론잡이용' 낡은 그물 보내는 프랑스 어촌

연합뉴스 2026-04-09 02:00:04

폐어망 처리비 아껴 어촌에도 도움…덴마크·스웨덴 등 동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러 드론 공격 방어를 위해 그물망을 설치하는 우크라군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어촌 마을들이 낡은 어망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해 러시아 드론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약 1천500㎞에 달하는 그물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브르타뉴 항구에는 우크라이나 추가 전달할 그물 40여 자루가 대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들 어망을 러시아 드론 공격에서 군인과 민간인을 보호하는 데 쓰고 있다.

어망을 참호 위 덮개로 쓰거나 차량 보호용으로 설치하면 드론의 프로펠러가 얽혀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한다.

어망 기부에 동참하는 어촌 마을 퀴베롱의 파트리크 르 루 시장은 "프랑스의 가치는 자유, 평등, 박애다. 우리는 한 나라가 그런 식으로 공격받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이 낡은 그물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그들에게는 조국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니 정말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이 마을 주민인 오엘 카로브도 자신의 그물 약 6.5㎞를 기부했다. 그는 "그들이 부상자를 수습하러 갔다가 드론 공격을 받는다면 정말 안 되는 일"이라며 "적어도 이건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어망 제조업체 대표 마리 르 브리스도 헌 그물을 기부하고 있다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인들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고 그물을 처리하려면 매립지 처리 비용으로 t당 250유로(약 43만원)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어망 보내기 작업을 주도하는 건 '우크라이나 브르타뉴 쉬드'란 자선단체다. 이 단체의 대표인 우크라이나 통역사 테티아나 리히터는 프랑스인 남편이 운영하는 물류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그는 "그물은 학교와 산부인과 병원은 물론 가장 먼저 표적이 되는 탱크와 스타링크 장비도 보호해준다"고 말했다. 드론 조종사가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투명 망이나 녹색 그물이 특히 전장에서 유용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어망 기부에 그들 나름의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한 프랑스인 기부자는 어망에 걸린 러시아군 전투 드론을 선물로 받았다.

어촌에서 어망 수거에 동참하는 지역 단체 '케르닉 솔리다리테'의 대표 제라르 르 뒤프는 지난해 11월 파리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연락받기도 했다. 파리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이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러분이 하는 일을, 드론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일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러분이 그 어망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어망을 기부하는 나라는 프랑스뿐이 아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 이어 스코틀랜드도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동부에 280t 이상의 중고 연어 양식 그물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제93기계화여단의 대변인 이리나 리바코바는 "어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물은 드론에 대항하는 방어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라디오 프리 유럽(RFE)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헤르손 지역의 시의원 옥사나 포호미도 어망 지원에 감사하다면서도 이 어망이 대부분의 FPV(1인칭 시점) 드론에는 효과적이지만 어망을 뚫고 날아올 수 있는 기동성이 뛰어난 광섬유 드론에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이런 드론을 피해 생존하려면 "경계심, 예리한 청각, 좋은 시력, 그리고 재빨리 숨을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