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함지훈의 작별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후련함 99%"

연합뉴스 2026-04-09 00:00:24

정규리그 최종전서 은퇴식…"불러만 준다면 지도자로 돌아오고파"

은퇴 인사하는 함지훈

(울산=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시원섭섭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후련한 마음이 99%인 것 같아요."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든든한 기둥이자 '살아있는 전설' 함지훈(41)이 18년 정든 코트와 작별을 고했다.

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창원 LG를 78-56으로 완파한 뒤 마주한 함지훈은 "경기 전 몸을 풀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게 느껴진다"며 미소 지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한 함지훈은 단 한 번의 이적 없이 현대모비스에만 청춘을 바친 '원클럽맨'이다.

5차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고, 2009-2010시즌에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군림했다.

그는 이날까지 정규리그 통산 858경기에서 평균 9.8점, 4.7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남겼다.

은퇴식서 눈물 맺힌 함지훈

특히 누적 8천427득점은 현대모비스 구단 역사상 1위 기록이다.

함지훈은 이날 은퇴 경기에서도 30분 20초를 소화하며 19득점 9어시스트로 코트를 휘저었고, 빅맨으로서는 이례적인 통산 3천 어시스트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함지훈은 "오늘도 후련하게 원 없이 뛰었다"며 "팬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려 만족한다"고 말했다.

영광스러운 우승의 순간에도, 뼈아픈 패배의 갈림길에서도 늘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였지만, 이날 은퇴식에서 함지훈은 끝내 참았던 눈시울을 붉혔다.

함지훈은 "영상 편지 속 부모님 얼굴을 보고 울컥했고, 유재학 감독님과 양동근 형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며 "무엇보다 팬분들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이 터졌다. 울고 계신 팬분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많이 울컥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작별은 언제나 아쉽지만, 그는 미련 없이 떠난다.

함지훈은 "우승도 많이 해봤고 프로 생활에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그저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며 웃음을 보였다.

굿바이, 함지훈

이날 동료들은 함지훈의 데뷔 시즌인 2007-2008시즌 유니폼을 재현해 입고 경기에 나섰다.

등번호 위에는 각자의 이름 대신 선수들이 직접 고른 함지훈의 별칭이 새겨졌다.

'한입만', '함댕(궁뎅이)' 같은 장난스러운 애칭부터 '10순위 신화', '함캡틴', '레전드', 그리고 희망 사항을 담은 '함코치'까지 다양했다.

함지훈은 "하나만 고르기 힘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선수들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늘 '한결같고 꾸준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함지훈은 "저도 그렇게 비치길 바랐는데, 팬들이 믿음직스러운 선수로 기억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은퇴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로 "가족 없이 홀로 여행 떠나기"를 꼽아 웃음을 안긴 함지훈은 지도자로서의 제2의 인생도 그려두고 있다.

그는 "오늘 은퇴식을 마치며 프로 생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국장님, 그리고 동근이 형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만, 불러만 주신다면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다"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했다.

함지훈 '슛'

co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