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관리 부실' 드러나 개선약속 무색…"동물원 역할 재고해야"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이주형 강수환 기자 = 대전 오월드에서 사육 중인 맹수가 탈출하는 사태가 8년 만에 또다시 발생했다.
2018년 퓨마가 탈출했을 당시 총체적인 관리 부실 문제가 드러나 개선을 약속했지만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말았다.

◇ 탈출 1시간 뒤 늑장 신고…초등학교 인근 도로 '활보'
대전 중구 오월드 사파리에서 늑대 한 마리가 탈출한 것은 8일 오전 9시 18분께다.
동물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늑대가 사파리 울타리 밑 땅을 파서 우리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늑대는 2024년생 2살 수컷으로, 대형견 크기의 성체다.
몸무게는 30㎏이고 이름은 '늑구'다.
오월드는 오전 9시 30분께 사파리 내 늑대 한 마리가 없는 것을 CCTV로 확인했다.
경찰·소방 신고는 약 40분 뒤인 오전 10시 10분께 이뤄졌다.
오월드 측이 자체적으로 늑대 수색에 나서다가 여의치 않자 뒤늦게 소방·경찰에 늑장 신고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고받은 경찰은 코드 제로(CODE 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를 발령하고 기동대와 특공대 등 110명을 동원해 수색 작업에 나섰다.
소방 37명과 오월드 직원 100명도 오월드 내부와 보문산 자락 현장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늑대는 오후 1시 23분께 오월드에서 직선거리로 1.6㎞가량 떨어진 산성초 인근 도로에서 목격됐다.
늑대는 차량 통행이 잦은 왕복 6차로를 배회하고 있었다.
관계 당국은 늑대가 오전 11시 30분께 오월드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파악한다.
신고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면 늑대가 오월드 내부에 있던 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수색해 포획할 수도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은 수색 본부를 오월드에서 산성초등학교로 옮겼고, 산성초와 오월드 네거리 인근에서 추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하교 시간인 만큼 아동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시는 재난 문자를 통해 늑대가 오월드 밖으로 탈출한 사실을 알리고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는 성체로, 동물원 인근 가정과 학교는 아동 안전 확보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늑대가 탈출한 것을 모르고 오월드를 찾은 방문객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어린 아들과 함께 대구에서 출발했다는 강서희(41) 씨는 "오전 9시30분 대구에서 출발했는데 온라인에도 영업 중이라고 나와 있고, 별도의 안내가 없었다"며 "이제 막 도착했는데 늑대가 탈출했다고 해서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8년 전에는 퓨마 탈출…결국 사살돼
오월드에서 맹수가 탈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오월드 사육장에서 퓨마가 탈출해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에서 탈출한 퓨마는 오월드 내 풀숲에서 발견됐으나, 마취총을 맞은 퓨마가 재빨리 도망가고 마취에서 깬 뒤 공격성을 강하게 보여 사살했다는 게 당시 대전도시공사의 설명이다.
이후 이뤄진 감사에서 당시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퓨마가 탈출한 2018년 9월 19일 오전 8시 퓨마 사육장이 있는 중형육식사 방사장에 보조사육사 혼자 들어가 청소하고 30분 뒤 2개의 출입문 중 안쪽 출입문을 잠그지 않은 채 빠져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월드 측은 8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5시가 돼서야 사육장의 퓨마 4마리 중 1마리가 사라진 사실을 인지했다.
동물원 안전 수칙상 퓨마 사육장에는 반드시 2인 1조로 출입해야 하지만, 사고 당일 공무직인 보조사육사 1명만 사육장에 들어갔다.
공무직은 사육사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혼자 사육장을 출입하면 안 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퓨마 사육시설에 2개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모두 고장 난 채 방치됐었다.
이에 따라 오월드 원장과 동물관리팀장에게 중징계, 실무직원에게는 경징계 처분이 이뤄졌다.
시는 감사 결과 드러난 동물원 운영 전반에 걸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유사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고 말았다.

◇ "동물 관리 부실…동물원 역할 재검토해야"
동물권 단체들은 잇단 탈출 사고가 오월드의 관리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동물원의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시민과 매월 1회 오월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오월드 사육 환경이 생태 특성에 맞지 않으며, 이에 따라 동물들이 정형행동을 보인다"며 "두 번째 탈출 사고로 동물 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게 명확히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전시가 추진하는 오월드 재창조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놀이시설 중심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오월드 재창조 사업은 동물 복지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며 "동물 종 특성을 반영한 사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충분한 인력이 있는지 등 오월드 운영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 생명 존중을 배우는 장소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물권단체 케어 역시 "동물원이 상업적 전시 공간이 아니라 정말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만을 비상업적으로 보호·관리하는 공공적 시설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도적인 포획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어는 "오월드는 과거에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탈출 역시 인도적 원칙이 지켜질지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늑대 특성상 무리 짓지 않는 이상 크게 공격하지 않고 안전하게 구조·격리가 가능한 만큼 과거와 같은 선택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soyu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