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9%↑·닛케이255 5.4%↑·대만가권 4.6%↑…亞증시 일제 급등
호르무즈 통항 재개에 국제유가 한때 19% 급락…환율도 1,470원으로
불확실성 완전 해소는 아냐…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제 고집 등 변수 거론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파국으로 치닫는 듯하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현상 시한 만료 90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안도 랠리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대(對)이란 공격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에너지 공급 중단 사태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87% 오른 5,872.3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5.12% 오른 1,089.85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그간 순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모처럼 2조4천722억원을 순매수하며 기관(2조7천145억원 순매수)과 함께 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렸다. 개인은 5조4천165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본 닛케이255 지수와 대만 가권지수가 각각 5.39%와 4.61% 급등하는 등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2.69%와 4.35%씩 올랐다. 오후 4시 17분 현재 홍콩 항셍지수도 2.99% 상승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 32분께 본인 소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도 양국이 2주간의 휴전에 동의했다고 확인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란에 대한 공격이 중단되면 이란도 공격을 중단할 것이며, 이란 군과의 조율을 통해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로 설정하고, 이를 넘길 경우 대대적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7일 자정까지 4시간 만에 이란 내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시설에 대한 "완전한 파괴가 이뤄질 것"이고 "나라 전역을 하룻밤 만에 없앨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갈등 수위를 높였지만, 이번에도 막판에 한발 물러서며 실익을 챙기는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패턴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이 일단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크게 낮췄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간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0.48% 오른 배럴당 112.95달러로 마감했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현재 14.85% 급락한 배럴당 96.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최저가는 91.05달러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도 33.6원 급락한 1,470.6원으로 집계됐다.
KRX 금시장의 국내 금 시세(99.99_1kg)가 전장보다 2.00% 오른 1g당 22만8천850원에 거래되는 등 이란 사태 발발 이후 하락세를 그리던 금시세는 반등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장보다 1.79포인트(3.01%) 내린 57.70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미국과 이란은 10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상당한 까닭이다.
이란 측은 협상의 토대가 될 10개항으로 된 제안서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 허용, 역내 모든 기지에서의 미 전투 병력 철수 등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운항에 대한 이란의 통제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 측이 이런 요구를 전부 수용했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개항 종전안을 협상이 가능한 기반이라고만 언급하는 등 온도차를 보인다.
2주간의 휴전 기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다시금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종전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이스라엘이 긴장 고조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미국과 이란 양측이 2주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재차 극단적인 수준으로 군사적 긴장이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와 2기 행정부가 벌였던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90일 휴전' 합의 이후 흐지부지됐던 전례를 언급하며 "트럼프에게 '90일'과 같은 특정시간은 의미가 없다. 지금도 '2주'란 시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90일 휴전 합의 이후 추가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1차 합의'가 결국 '최종합의'가 돼 버린 미중 관세전쟁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임시 합의 수준에서 적당히 상황을 봉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임시 합의가 트럼프에겐 더 유리하다. '최종합의'를 공개해봐야 반대파의 비판을 받을 뿐이니 차라리 '이건 임시 합의이고 추가합의에서 이란 석유를 차지하겠다. 아니면 다시 공격해서 얻어내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wangch@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