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대만 야당대표 "독립 반대"…中 "중화민족 부흥" 화답

연합뉴스 2026-04-08 15:00:09

'친중' 정리원 "대만, 지정학의 장기말 되면 안돼"…中, 장관급 환대

대만 당정, '국가보안법'·'위법' 거론하며 공세…총통은 '친미' 부각

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대만 '친중' 성향의 야당 대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반중' 성향 집권당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8일 대만 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에 도착한 대만 제1야당 중국국민당의 정리원 주석은 첫 일정으로 쑹타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장관급)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

정리원 주석은 난징 동교 국빈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세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범(모범)을 창조하고 있고, 전 세계에 정치적 이견이 결코 충돌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며 "양안(중국과 대만)이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것처럼 전쟁할 운명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주석은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과 대만 독립 반대'라는 정치적 기초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하고, 현재 양안 관계의 버팀목임이 다시금 증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0여년 동안 대만 사회는 여러 차례의 정당 교체를 겪었지만, 92공식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면 양안이 교류·대화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대만해협은 혼란과 불안에 빠진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며 "대만은 지정학의 장기말, 심지어 버려지는 장기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 주석의 언급은 대만의 독자성과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는 '친미·반중'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과 명확히 대조된다. 중국 정부의 양안 관계 관련 입장과는 상당 부분 친화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 주석은 라이칭더 총통의 '독립' 노선이 대만해협 전쟁 위험을 높인다며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주장해왔고, 중국은 라이 총통을 군사·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국민당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양면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정 주석을 공항에서 영접한 뒤 함께 고속철도를 타고 상하이에서 난징으로 이동하며 '의전'을 한 쑹타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국제 형세가 혼란하고 대만해협 형세가 복잡·준엄한 가운데 양당은 올바른 방향을 잡고, 함께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진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함께 이뤄야 한다"고 화답했다.

쑹 주임은 정 주석의 '92공식 견지·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글자 그대로 반복하면서 국민당을 향해 '양안 평화 도모'와 '동포의 행복 도모', '민족의 부흥 도모'를 기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 상하이항공 비행기편으로 상하이 훙차오공항에 도착한 정리원 주석

대만 정부·여당은 정리원 주석의 행보를 '안보 위협'과 연결하는 한편 정 주석의 '친중' 이미지와 대비되는 민진당의 '친미' 입장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강성 '독립'주의자이자 인지전 전문가로 중국 정부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한 선보양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현행 대만 국가보안법이 정당의 대표를 규율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에 침투한 중국 세력이 정리원 주석과 사전에 접촉했는지 알 수 없고, 이를 예방할 법적 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은 "중공(중국)의 어떤 지시·위탁·찬조를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정당의 대표자나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사가 공개적인 방식으로 중공과 접촉한다면 반드시 고강도 감독, 특히 민중과 언론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면서 "향후 혹은 이번에 위법행위가 발생한다면, 정부는 '재난 후 복구' 방식으로라도 전체 법률 규범을 재정비해야만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라이칭더 총통은 전날 미국 연방 하원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들을 만나 대만이 향후 8년 동안 미국 무기 구매 등에 쓰일 '400억달러(약 59조원) 특별국방예산'을 책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 국민당은 민진당이 주도하는 특별국방예산안 통과를 막고 있다.

라이 총통은 "4월 10일은 (미국의) '대만관계법' 제정 47주년이고, 이 법률은 대만-미국 관계를 다지는 중요한 초석이자 대만-미국 간에 끊임없이 심화하는 우정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최근 중국은 대만해협 주변에서 빈번하게 회색지대 행동과 군사 훈련을 벌이면서 지역 평화·안정을 파괴하고 있는데, 대만은 평화는 힘에 달린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원 주석은 오는 12일까지 5박6일 동안 난징과 상하이, 베이징에서 중국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그는 이날 오전 '국부' 쑨원(孫文·1866∼1925)이 안장된 난징 중산릉을 참배했다. 10일에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