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임기범의 AI혁신 스토리…'AI보다 잘하는 것은 뭔가'라는 질문

연합뉴스 2026-04-08 15:00:03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임기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객원교수

최근 채용 면접에서 종종 등장한다는 질문이 있다.

"당신이 AI보다 잘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옹호하는 인사 담당자의 논리를 먼저 들어볼 필요는 있다. 빠르게 바뀌는 기술 환경에서 자기 역할을 주도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인공지능(AI)과 공존하는 일터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지원자가 질문 자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통해 태도와 유연성을 엿본다는 주장도 있다. 그 의도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도와 무관하게 이 질문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잘못 설계돼 있다. 이 질문은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를 한 문장에 포개 놓는다.

첫째는 기업의 기술 도입 전략이다.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 것인지, 어떤 부분은 사람의 판단과 책임으로 남겨둘 것인지, AI를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원래 조직이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둘째는 직무 설계의 문제다. AI가 확산하는 환경에서 해당 직무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역량이 새롭게 중요해지는지를 회사가 정리해야 한다.

셋째는 채용 평가의 문제다. 그 직무를 맡을 지원자가 실제로 어떤 능력과 태도를 갖췄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면접의 목적이다.

그런데 "AI보다 당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이 세 가지를 모두 피면접자에게 떠넘긴다. 회사 스스로 정리해야 할 기술 전략과 업무 구조의 문제를 지원자의 답변 태도 속에서 대신 확인하려는 셈이다.

결국 이 질문은 평가라기보다 회사의 미정리 상태를 피면접자에게 떠넘기는 책임 전가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질문은 'AI 대 인간'이라는 구도를 전제한다. 그러나 이 구도 자체가 틀렸다. 맨손으로는 사과껍질을 얇게 깎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도가 사람보다 사과를 잘 깎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과도는 도구이지 사과를 깎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AI도 마찬가지다.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정리하고, 초안을 만들고, 반복적 작업을 수행하는 데 분명한 효율이 있다. 그렇다고 AI가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의 가치는 개별 과업의 수행 속도만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의 순서를 따져보면,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후, 이해관계자를 조율해야 한다. 예외를 처리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까지 포함해서 비로소 '일'이라고 부른다. 효율적인 도구가 생겼다고 해서 그 도구가 일 전체를 더 잘한다고 말하는 것은 범주 오류다.

이 점에서 AI는 사람의 경쟁자라기보다 도구이자 협업 상대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AI가 더 잘하는가, 사람이 더 잘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과업을 AI에 맡기고, 어떤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맡아야 하는가"다.

기업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AI를 도입하면서도 왜 사람을 뽑는가. 사람을 뽑는다면 그 사람이 수행해야 할 핵심 역할은 무엇인가. 사람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방향을 정하고 맥락을 해석하며 최종 책임을 지는 능력이어야 하지 않는가.

따라서 면접에서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이 직무에서 AI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이 직접 책임져야 할 부분을 어떻게 나누겠는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되 오류와 편향을 어떻게 검증하겠는가", "업무 결과의 품질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세우겠는가"와 같은 질문이라면 다르다.

이런 질문은 지원자의 기술 이해도와 판단 기준, 직무 해석 능력을 함께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질문이 직무와 연결된다. 면접은 철학 토론이 아니라 채용 판단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런 구체성이야말로 중요하다.

AI 시대일수록 면접 질문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바뀔수록 조직은 더욱 분명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장면이 벌어진다.

복잡한 업무 재설계의 문제를 면접장에서 던지기 쉬운 자극적 문장 하나로 축소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듣기에는 날카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먼저 정리했어야 할 논점을 지원자에게 떠맡기는 질문이다.

AI는 분명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더 이상 사람과 기술을 대립적으로 놓고 볼 것이 아니라 둘의 역할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채용 역시 그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 사람을 뽑을지, 자동화를 확대할지, 사람을 뽑는다면 어떤 판단과 책임을 맡길지에 대한 고민은 면접 전에 끝나 있어야 한다. 그 고민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지원자에게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다.

결국 면접 질문은 회사를 비추는 거울이다. 피면접자에게 "AI보다 당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순간, 회사는 지원자를 평가하는 동시에 자기의 준비 상태를 드러낸다. AI 시대의 채용에서 더 필요한 것은 재치 있는 유행어가 아니다.

회사가 먼저 자기 일의 구조를 정의하고, 그 위에서 사람의 역할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을 뽑기로 했다면 지원자에게 AI와의 우열을 묻기 전에 회사가 먼저 스스로 답해야 한다. 우리는 왜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가. 그 답이 명확할 때만 비로소 면접 질문도 정확해진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객원교수 ▲ 현 AI경영학회 상임이사 겸 학술분과 위원장 ▲ ㈜컴팩 CIO ▲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 근무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