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금철 담화로 대남조직 외무성 편입 확인…두국가론 고착화

연합뉴스 2026-04-08 14:00:02

조직 차원서도 '南=외국' 공식화…관계 개선 기대감에 "개꿈같은 소리" 찬물

이틀 연속 미사일 발사하며 무력시위…'대남 적대기조' 재확인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라는 새로운 남북관계 노선을 뒷받침하는 조직 정비를 사실상 완료하고 그 책임자를 내세워 남측에 포문을 열었다.

한국과의 관계를 철저히 '국가 대 국가'로 다루겠다는 방침이 제도적으로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앞으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한층 고착할 것임을 시사한다.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출신의 대남통인 장금철은 지난 7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이라는 새 직함으로 대남 담화를 발표했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무인기 침투' 유감 표명에 화답했다는 해석이 나오자 "희망섞인 해몽", "개꿈 같은 소리"라고 일축한 것이 골자였다.

장금철은 지난 2월 노동당 9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에 진입하고 대외 부문 연구 및 협의회를 지도하는 모습이 포착돼 요직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국가정보원의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등을 통해 그가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장에 보임됐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졌다. 이어 북한이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장금철의 직함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장금철을 외무성 제1부상에 기용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대남 업무를 '외국'을 상대하는 외무성 산하에 이관했음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장금철이 제1부상을 겸하며 관장하는 외무성 내 대남 조직 '10국'도 이번 담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북한이 스스로 10국의 존재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기존 대남기구를 모두 폐지했으나, 새로운 편제가 공개되지는 않았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공식화에 대해 "국가관계 차원에서 대남 문제를 다룬다는 노선을 확정된 모습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이 사안을 다루는 공식적 채널은 외무성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0국에 대해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외교 관계로 다루겠다는 의지가 집약된 조직"이라며 이번 담화는 "외무성 체제로 편입된 이후 10국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금철은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참석차 귀국한 해외 주재 대사들과 최선희 외무상, 각 지역 담당 외무성 부상들과 기념 촬영을 할 때 동석하지 않았다. 장금철을 필두로 하는 외무성 내 대남 조직이 나름의 독자성을 갖고 움직인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전날 먼저 담화를 내고, 장금철이 이를 해설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여전히 큰 틀에서 대남 문제 총괄은 김여정이 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장금철은 "김여정 부장은 (중략) 자기의 담화가 재미있었는가를 나에게 물었다"는 식으로 지도부 내부 대화를 공개하며 김 부장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직 차원에서도 두 국가 노선을 공식화한 만큼, '대적투쟁 기조'에 따른 북한의 대남 '선긋기'는 앞으로도 공세적인 말과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번 김여정·장금철 연쇄 담화를 통해 남측이 남북관계 재개 여지를 확대해석할 가능성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장금철 담화가 일반적인 외무성 어법보다 저속한 언사를 사용한 데 대해 "(김여정 담화로) 긍정적 해석이 나오는 것을 강하게 초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향후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미중 사이에 한반도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개입 여지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은 전날 평양 일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발사체를 쏜 데 이어 8일에도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을 사정권에 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역시 대남관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북한의 각종 무기 실험은 자신들이 목표한 무기개발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측면도 커 대남 메시지 성격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