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미국보다 중국 선호…트럼프 정책 최대 불안 요인

연합뉴스 2026-04-08 13:00:11

싱가포르 연구소 설문조사…中 52%·美 48%로 재역전

싱가포르 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동남아시아에서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흐름이 다시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우려가 역내 최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아세안(ASEAN)의 균형 외교에도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8일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가 아세안 회원국 정책 결정자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미·중 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중국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48%였다.

인도네시아(80.1%), 말레이시아(68%), 싱가포르(66.3%) 등은 중국 선호가 두드러졌으나 필리핀(76.8%), 미얀마(61.4%), 캄보디아(61%) 등은 미국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미국이 우위를 보였던 흐름이 다시 뒤집힌 것이다.

2024년 중국(50.5%)이 처음으로 미국(49.5%)을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미국(52.3%)이 중국(47.7%)을 다시 추월한 바 있다.

아세안 전문가들은 동남아의 지정학적 우려 요인을 묻는 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지목했다.

응답자의 51.9%가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았으며 글로벌 사기 범죄(51.4%), 남중국해 긴장(48.2%), 태국·캄보이다 국경 분쟁(40.5%)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월 5일부터 2월 20일까지 아세안 회원국 정부·학계·기업·언론·시민사회 관계자 2천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 두 측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 평가됐다.

동남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대국을 묻는 질문에 중국이라는 답변이 55.9%로 가장 많았고, 정치·전략 분야에서도 40%로 중국을 1위로 꼽았다.

영향력이 강한 만큼 경계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들은 중국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내정간섭'(30.3%)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는 남중국해와 메콩강에서의 강경 행보라는 응답(28%)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는 영토·해양 분쟁 평화적 해결(35.1%), 주권 존중(25.5%), 양자 무역의 상호 이익 확대(20.1%) 등이 제시됐다.

동남아에서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로는 일본이 65.6%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유럽연합(55.9%), 미국(44%), 중국(39.8%)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동남아는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전략적 선택의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