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남고 케냐 들어온다…ODA 중점협력국 25개국 재편

연합뉴스 2026-04-08 08:00:02

27개국서 소폭 축소 가닥…분쟁국은 체계 전환·중진국은 제외

사업 가능성·전략성 중심 변화…선정 기준·투명성 논란 지속

[그래픽] 대한민국 공적개발원조(ODA) 중점협력국 현황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핵심 대상국인 중점협력국을 기존 27개국에서 25개국으로 소폭 축소 재편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실용외교 기조에 맞춰 전략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맞춤형 ODA'로 전환하며 지원 구조를 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캄보디아 유지·케냐 추가…미얀마·우크라이나·콜롬비아 제외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과 스캠(사기) 범죄 등으로 논란이 일었던 캄보디아는 막판 조율 끝에 명단에 남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와의 상생 발전 차원에서 아프리카 케냐를 신규 포함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얀마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정치 불안과 전쟁 상황 때문에 기존 개발협력 체계에서 조정되는 흐름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점협력국 선정 기준이 개발 필요성에서 사업 수행 가능성과 전략성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콜롬비아도 경제 규모 확대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개발협력 대상국으로서의 성격이 약해졌다는 의견이 많아 '한국전쟁 참전국'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이듬해인 2011년 도입된 중점협력국은 정부가 ODA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국가협력전략(CPS)을 수립해 유·무상 원조를 집중하는 제도다.

이번 재편의 방향성을 두고 단순한 국가 수 조정이 아니라 한국 ODA의 운영 방식을 재설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 성과-외교-상징성 등 반영한 '전략적 유지'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인권 침해와 민주주의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명단 유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장기간 축적된 협력 성과와 외교적 관계, 상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캄보디아 의원친선협회장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캄보디아는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며 교육·보건 등 분야에서 성과가 축적된 핵심 자산"이라며 "지속적인 관여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한국 무상원조가 집중된 대표 국가로, 아시아 지역에서 베트남과 라오스에 이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5년(2019∼2023년) 우리나라가 ODA를 제공한 국가 중에서는 지원 실적(5억1천900만 달러)이 3위에 해당한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협력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10월 정상회담과 2027년 재수교 30주년 등 관련해서 관계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사무총장은 "인신매매, 온라인 범죄, 청년 실업 등 위험 요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ODA를 재설계하는 책임 있는 선택이어야 한다"며 "인권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케냐에서 우리 선박 피랍 대응 신속대응팀 모의훈련 실시

◇ 국제기구 다자협력·개발금융·민간 투자 연계 가능 케냐

이번 개편에서 유일하게 신규 편입이 유력한 케냐는 무상원조 중심의 전통적 협력국이라기보다는 국제기구와 연계한 다자협력, 개발금융, 민간 투자 등 삼박자를 갖춘 국가다.

동아프리카 거점이자 개발협력 핵심 허브인 수도 나이로비에는 유엔 산하 기구 본부와 지역사무소 등 60여개의 국제기구와 다수의 한국 NGO가 포진해 있어 다자협력과 시민사회 연계의 최적지로 꼽힌다.

특히 인프라·에너지 분야에서 유상원조와 민간 투자를 결합한 사업 추진 여건도 양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치·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어 장기 프로젝트와 정책을 기반으로 한 협력이 가능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에 현지에서는 기존의 무상원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유상 ODA와 개발금융, 우리 기업의 진출을 연계하는 '한국형 개발금융' 모델을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거점 국가가 될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는 정부가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민간 재원을 활용한 협력국 개발'과 '글로벌 사우스 경제 외교' 방향과도 맞물린다.

[그래픽] 아세안 회원국 현황

◇ 제외 유력한 미얀마·우크라이나 '체계 이동' 성격 강해

기존 명단에 있던 미얀마와 우크라이나는 제외되는 흐름이다. 개발협력보다 분쟁·재건 성격이 강해 단순한 '탈락'이라기보다 상황 변화에 따른 '체계 이동' 성격이 짙다.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 불안이 장기화하는 미얀마는 최근 군부 수장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등 권력 구조가 굳어지는 양상을 보여 정부 간 협력이 여전히 제한된 상황이다.

다만 미얀마는 중장기적으로 포기하기 어려운 협력국이라는 점에서 완전 제외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전략적 중요성과 협력 기반을 고려할 때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제4기 기간 중 유연성 평가를 통해 재편입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다소 다르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개발협력에서 인프라 복구, 산업 기반 회복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필요한 재건 중심으로 이동해 재건 협력 파트너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두 국가의 사례는 ODA 대상이 '가장 어려운 국가'가 아니라 '사업 실행이 가능한 국가'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취약국 지원이라는 근본 가치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는 향후 정책적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제5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 부처 간 힘겨루기·제도적 한계 노출…"기준·방식 고도화"

이처럼 전략적 재편이지만 이면에는 부처 간 힘겨루기와 제도적 한계도 노출됐다. 이번에도 원조의 효율성을 앞세운 국무조정실과 외교적 실리를 강조한 외교부 간 국가 선정 기준과 우선순위를 둘러싼 이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우선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로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전체적인 ODA 전략과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임원 출신의 개발협력 전문가는 "시행기관 입장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협력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중점협력국은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며 "사업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런 논란은 최근 사례뿐만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5년 ODA 추진 실태 감사에서 중점협력국 지정 후 예산 배분이나 차관 승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괴리 현상과 ODA 추진과정에서의 외교부와 기획재정부(현 재경부) 간 갈등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중점협력국을 둘러싼 논란은 더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일부 국가는 평가 점수와 무관하게 유지되거나 제외됐고, 중점협력국보다 비중점국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된 사례도 있었다.

국제개발협력계 전문가들은 명분 쌓기용 외교 전략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ODA 철학과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중점협력국 선정 기준과 절차 등도 일정 부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규 전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은 "국가 수 조정이 실제로 자원의 집중과 통합적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국가별 통합 전략과 성과관리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공여국들은 중점협력국을 국가별 통합 프로그램과 명확한 선정 기준을 기반으로 운영한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정 기준의 투명성과 운영 방식의 고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는 "중점협력국은 오랫동안 연구진과 부처 논의로만 결정되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며 "국가 간 관계라는 특수성을 이해하지만 공청회 개최, 시민·전문가 참여 보장 등 최소한의 투명성을 담보할 장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점협력국은 다음 달 중순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