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 펴내…인물의 관계성에 초점
"세상일이란 해답이 없어…그 해답 없음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
작년 이상문학상 수상…"'이제 6년차 작가'라고 생각하고 쓸 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예전에 제가 고집스럽게 천착하던 것들에서 조금은 멀어지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커다란 변화는 아니지만 '한곳에 머물지만은 않았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소설가 예소연은 두 번째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한겨레출판 펴냄)를 펴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나온 첫 소설집 '사랑과 결함'이 개인이 물려받은 어떤 고유한 성질을 집요하게 탐구했다면, 이번 소설집은 그런 사람들의 관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그간의 변화를 설명했다.

◇ 결합투성이 인물의 애증 어린 '관계' 다룬 일곱 편 수록
그의 말대로 '관계'는 이번 작품집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작품집에는 서로를 밀쳐내고 거리를 두다가도 결국 '한패'가 되고 마는 애증 어린 관계를 다룬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예소연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표제작인 '너의 나쁜 무리'를 꼽았다.
작품의 주인공은 할머니인 '여사'의 손에 자란 여고생 '유선'. 여사의 자유분방한 연애 덕분에 집을 드나드는 남자들은 수시로 바뀌고, 여사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유선의 생활도 함께 요동친다.
유선은 그런 여사가 못마땅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쉽게 '우리'가 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사의 애인 '현구 아저씨'가 여사에게 빌린 돈을 들고 사라진다. 현구 역시 믿었던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처지였다.
이런 현구의 처지를 알게 된 여사와 유선은 떼인 돈을 받아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일념으로 현구와 한패가 된다.
또 다른 수록작 '소란한 속삭임'은 비밀 아닌 비밀을 속삭이는 모임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모아'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시끄럽게 동영상을 보는 나이 든 남성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못 본 체하려 한다.
그런데 '시내'라는 여성이 용감하게 나서 "시끄럽다"며 말다툼을 벌이고, 모아는 얼떨결에 끼어들어 시내의 편을 들어준다.
결국 남성이 지하철에서 내리자 시내는 모아에게 '속삭이는 모임'에 가입하라고 권한다.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수자까지 모임에 끼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토록 시끄러운 세상에서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인물들이 속삭임이라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닿으려는 시도가 묘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소설가 정이현은 추천사에서 "불완전하고 경함투성이인 사람들, 온전히 포용할 수도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이들이 함께 얼떨결에 피워 올리는 기적의 신호"라고 이번 소설집을 소개했다.

◇ "명확한 답이 없는 과정을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요"
예소연은 또 '작가의 말'에서 선입견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뭔가 사람들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무리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왜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 궁금하고, 그들이 쑥덕임의 대상이 되는 게 좀 의아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는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과 해답을 내릴 수 없는 과정을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소연은 "해답이 없단 사실 때문에 우리는 답답해하고 괴로워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전반적으로 해답이 없는 일"이라며 "그 해답 없음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비록 해답을 줄 수 없다고 해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되며, 출구 없는 일을 반복해서 탐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삶이 해답이 없는 것이라면 소설 쓰기 역시 답 없는 일을 반복하는 일일 터, 주로 어떻게 작품을 쓰는지 묻자 그는 "소소한 일상을 인상 깊이 생각하고 쓰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번 작품집에서 예소연은 저마다 결함을 지닌 인물들이 맺는 애매한 관계를 세밀하게 포착하면서도 이를 쉽게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불가해한 타자와 불가피하게 한통속이 되는 인물들을 통해 함께 살아갈 가능성을 모색한다.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에 대해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어쩌면 예소연은 이런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작가일 것이다.

◇ 등단 4년 만에 최연소 이상문학상…'한국문학 차세대 기수'
1992년에 태어난 예소연은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사랑과 결함',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중편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를 펴냈다.
문지문학상, 황금드래곤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등단 4년 만인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단숨에 '한국문학의 차세대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상문학상 수상은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김애란 작가와 함께 이상문학상 역대 최연소 타이 수상의 기록을 썼고, 1990년대에 태어난 최초의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은희경 이래로 '등단 후 최단기간 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수식어가 한꺼번에 따라붙게 된 데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예소연은 "너무 감사하고 부담도 됐다. 대단한 작가분들과 계속 함께 이름이 붙어 있다 보니 기가 죽는다"라며 "'이제 6년 차 작가'라는 생각으로 그냥 소설을 쓰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예소연'이란 필명은 어떻게 짓게 된 것인지도 궁금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1990년대생 작가다운 발랄한 답변이 돌아왔다.
"걸그룹 아이들(I-dle)을 무척 좋아했어요. 멤버 예슈화와 전소연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웃음)
이어 그는 실제 자신의 본명이 전소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