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실각 무산되면 헝가리 의결권 박탈할 수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제재 등 주요 외교 현안에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만장일치 의결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독일과 스웨덴을 중심으로 갈수록 많은 회원국이 거부권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아예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4일 풍케미디어그룹 인터뷰에서 "(EU 집행위원회) 현 임기가 끝나기 전에 외교·안보 정책에서 만장일치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며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를 둘러싼 최근 몇 주간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지난달 외교 분야에도 가중 다수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정상들 사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외교·안보 문제와 새 회원국 승인 등 민감한 사안은 27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나머지 일반적 입법과 정책은 15개국 이상 찬성하고 이들 회원국 인구가 EU 전체의 65%를 넘으면 통과되는 가중 다수결 방식이다.
그러나 EU 외교관과 관리들은 최근 ▲ 우크라이나 900억유로 대출 ▲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민 제재 ▲ 러시아 추가 제재 등을 둘러싸고 단일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게 EU의 시스템 마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EU가 의사결정 체계 문제로 중동분쟁과 유럽·미국 사이 갈등 등 외교 현안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채 변두리로 밀려날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프랑스와 벨기에, 일부 소국은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만장일치 규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건 그 규칙을 진짜 곤란에 빠뜨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며 반대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를 확대하려고 시도했으나 러시아에 친화적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몇 달째 중단된 상태다. 오르반 총리는 서안 정착민 제재에도 27개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했다.
EU는 오는 12일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총리의 실각을 내심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체코 등 친러시아 또는 자국 우선주의 정치세력이 집권한 다른 회원국에 계속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작지 않다.
오르반 총리가 총선 이후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경우 만장일치 제도 논의와 별개로 EU가 헝가리의 의결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페카 토베리 유럽의회 의원은 이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우크라이나) 대출 승인을 위해 헝가리의 투표권이 박탈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선거 직후에 이뤄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EU는 회원국이 법치·인권·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예산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
dad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