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행동이 곧 연극…청년 배우들의 움직임 부러워"

연합뉴스 2026-04-07 16:00:10

'연극내일 프로젝트' 이달 개막…신구·박근형 기금으로 후배들 지원

신구 "연극 표현은 정직해야…젊은 배우들 우리보다 나은 환경서 연극"

연극내일 프로젝트 시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행동이 곧 연극이라고 배우면서도 (실천을) 못하고 있었는데,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너희들 참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연극 작품 시연을 감상하는 배우 박근형(86)의 눈이 연신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제각기 바닥을 구르고, 양손을 뻗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청년 배우 10명의 몸짓 연기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베테랑 배우인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무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연극내일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년 배우들의 작품 '피르다우스'였다.

배우 신구(90)와 함께 기금을 마련해 프로젝트의 기틀을 제공한 박근형은 무대 위에서 펼쳐진 청년 배우들의 몸짓 연기를 부러움 섞인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이날 장면 시연에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저런 움직임을 가져야 사람 마음에 와닿을 수 있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움직임을 표현하는 청년들의 동작이 정말 부러웠다"고 밝혔다.

인사말하는 박근형

'연극내일 프로젝트'는 청년 연극배우들이 연기 훈련부터 창작과 제작까지 공연 전 과정을 경험하며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조성한 '연극내일기금'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신구와 박근형은 지난해 3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특별 기부 공연을 개최한 뒤 수익금 전액과 기부금 등을 모아 기금을 마련했다.

박근형은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다 보니까 기부 공연을 하기로 의견이 모였고, 이를 들은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이 기금을 추진하게 됐다"며 "처음으로 조그마한 열매를 맺게 됐는데 배우와 연출가, 작가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선발된 청년 배우 30인은 오는 24∼26일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세 편의 창작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전쟁 끝에 척박해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열 명의 아이를 상상한 '피르다우스'를 비롯해 청춘의 생존과 해방을 그린 '탠덤'(Tandem), 권력과 광신이 빚어낸 비극을 다룬 '여왕의 탄생'이 공연된다.

'피르다우스'의 배우 김양균은 "동료들과 연극을 통해서 해야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다"며 "그 과정이 곧 성장이 아닐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내일 프로젝트 작품 시연

이날 장면 시연을 지켜본 신구와 박근형은 참여한 배우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성장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신구는 "연극은 사람의 일이고, 우리들의 이야기고,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표현하는 일"이라며 "그 표현이 정직해야 한다. 그걸 놓치면 다 허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형은 "연극은 움직임이고, 그중에서도 사람을 표현하는 움직임"이라며 "움직임을 이제 시작했으니 뜻하는 바를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첫 연극을 준비하던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신구는 1962년 '소'로, 박근형은 1958년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신구는 "당시를 돌아보면 어떻게 해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당황하고 옆이 보이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며 "젊은이들이 우리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에서 연극을 접하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박근형 또한 "연극에 입문했을 때를 돌아보면 어둠 속이고 터널 속 같았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눈물겹다"며 "빛이 없어서 찾아 헤매던 우리에 비하면 갈 길이 보이는 희망적인 느낌을 받는다"고 맞장구쳤다.

연극내일 프로젝트 시연

신구와 박근형은 이번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이어지는 행사로 자리를 잡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오는 7월 개막하는 신작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 출연해 또 한 차례 기부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박근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계속 일해주시겠지만,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오는 7월에 신구 선생님과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공연하는데 기부 공연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은 "신구, 박근형 선생님의 뜻이 60년 뒤에도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연극내일 프로젝트 연습 현장

c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