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실, 이화영 대북송금 사건 연루 北기관 제재 개입 정황

연합뉴스 2026-04-07 14:00:03

이시원 前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난색 표한 국정원장도 배제

與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혐의 추가 적용 의도" 의혹 제기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해병특검 출석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이밝음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북한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를 유엔 대북 제재 대상으로 몰아가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이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국정원장 대신 국가안보실이 해당 업무를 주관하도록 바꾸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은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조선아태위에 돈을 보냈다고 진술했는데 조선아태위가 대북 제재 대상이 될 경우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관련 혐의가 추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차원에서 대북송금 사건에 개입한 유력한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24년 2월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통전부와 조선아태위가 대북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이 알려지자 국정원에 이의를 제기한 정황을 내부 조사 과정에서 포착했다.

이 전 비서관은 당시 '노동당 산하 조직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황원진 당시 국정원 2차장은 공직기강비서관실 요청에 따라 3월 4일 '통전부와 조선아태위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하지만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은 '그걸 왜 보냈느냐'고 질책한 뒤,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이 전 비서관은 '통전부, 조선아태위 등의 금융제재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 부처별 해석이 달라 허점이 있다'면서 '국정원장이 주관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해석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원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 전 비서관이 '국정원장 대신 국가안보실이 주관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내용도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알려졌다.

국정원은 같은 해 3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심리하던 수원지법의 사실조회 요청에 조 전 원장의 수정 지시를 일부 반영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인사 검증과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소관 업무 범위를 넘어 대북 제재 사안을 주도한 셈이다.

검사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는 측근 인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는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도피 사건 등에도 관여해 해병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법사위 국정감사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여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통전부와 조선아태위를 제재 대상에 포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800만달러(원화 약 88억원)를 해외로 밀반출하고, 북한 측 조선아태위와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도지사 방북 비용 200만달러가 사전 허가 없이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전달된 것으로 봤다.

다만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가 금융제재 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선 조선노동당이 아닌 조선아태위에 전달된 것이라며 무죄로 인정했다. 조선아태위를 제재 대상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의견대로 조선아태위가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됐을 경우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도 대통령실 관여 정황을 포착하고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brigh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