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훔친 아들 재판 중 고소 취소한 부모…대법 "공소기각해야"

연합뉴스 2026-04-07 13:00:15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후 "피해자가 고소하면 기소" 형법 개정

대법원 전경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부모 집에 몰래 들어가 수천만원이 든 금고를 훔친 아들이 대법원까지 간 끝에 공소기각 판단을 받게 됐다.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친족 간 재산 범죄가 친고죄로 개정되면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2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김씨는 2024년 12월 부모 집 안방 드레스룸에서 2천여만원 상당의 재물이 든 금고를 수레에 싣고 훔쳐 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듬해 6월 한 건물 주차장에서 남의 차량에 든 현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도 받았다.

쟁점은 부모의 재물을 훔친 아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헌법재판소가 2024년 6월 27일 친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당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그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친족상도례의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 친족 관계만 있으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점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후 국회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친족 간 재산범죄를 친고죄로 일원화해 피해자가 고소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시행된 개정 형법은 부칙에서 2024년 6월 27일 이후 최초로 지은 범죄부터 적용하도록 정했다.

김씨의 부모는 1심 법원에서 아들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으나 1, 2심은 모두 개정 형법 시행 전 선고가 이뤄져 김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지난해 8월 "추후 개선 입법이 이뤄질 수 있지만, 구속 사건으로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고 다른 절도 범행에 대한 적시 처벌이 필요하다"며 개선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판결했다.

지난해 12월 17일 2심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형량은 징역 1년에서 징역 8개월로 줄었다.

2심 판결 선고 2주 뒤인 작년 12월 31일 개정 형법이 시행됐고, 올해 2월 대법원은 부모의 재물을 훔친 혐의에 대해 고소 취소를 반영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어야 한다며 2심 판단을 깼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은 1심 선고 전에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으므로 원심(2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쟁점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어야 한다"며 다른 절도 범행과 경합범 관계로 하나의 형이 선고된 점을 고려해 원심을 전부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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