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자 반소매부터 찾는다…패션 '여름시계' 빨라졌다

연합뉴스 2026-04-06 00:00:37

크롭 반소매 티 검색량 566% 증가…3월말부터 여름옷 팔려

패션회사들, 여름옷 출시 예년보다 앞당기고 냉감·경량 제품 강화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벚꽃이 피자마자 반소매부터 찾는 수요가 늘면서 패션 시장의 '여름 시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여름옷 소비가 앞당겨지자 패션업계도 출시 시점과 물량을 앞당기고 냉감·경량 제품을 강화하는 등 시즌전략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LF 닥스골프 '에어리' 시리즈

◇ "벌써 여름옷 찾는다"…여름 소비 앞당겨진 패션 시장

5일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일주일간 자사 플랫폼에서 '반소매 티셔츠'의 검색량이 작년 동기 대비로 161.9% 증가했다.

특히 '크롭 반소매 티셔츠'는 565.9%나 급증했다. '무지 반팔티'와 '반소매'의 검색량도 각각 96.7%, 93.5% 늘었다.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벌써 여름옷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은 서울 벚꽃 개화일을 지난달 29일로 확정했는데, 이는 작년보다는 엿새, 평년보다는 열흘 이른 시점이었다.

실제 판매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 시작되던 여름 상품 출시가 최근에는 3월 중순에서 4월 초로 앞당겨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플러스'는 지난달 24일 선보인 여름 상품 판매량이 작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표 반소매 티셔츠인 '티슈 저지 슬림 반팔(반소매) 티셔츠'는 브랜드 내 최다 판매 제품으로 올라섰다.

구호플러스의 '티슈 저지 슬림 반소매 티셔츠'

캐주얼 브랜드 '에잇세컨즈'에서도 지난달 25일 여름 상품을 출시한 이후 지난 3일까지 반소매 상품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28.5% 늘었다. 특히 '매직 슬림 반소매 티셔츠'는 117%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의 여성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미쏘'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반소매 카테고리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특히 냉감 관련 소재 상품의 판매량은 350%나 급증했다.

신세계톰보이 대표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반소매 티셔츠와 가벼운 소재의 원피스, 슬리브리스 티셔츠 등 초여름을 겨냥한 제품들이 지난해보다 2주가량 이른 시점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부 제품은 일찌감치 매진을 앞두고 있어 추가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에서도 2일 기준으로 간절기용 윈드브레이커와 여름 상품인 반소매 티셔츠 등이 잘 팔리고 있다.

신세계톰보이 관계자는 "올해는 기온 상승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여름철 상품 수요 역시 예년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시즌 초반부터 반응이 확인된 만큼 여름 상품 중심의 공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 상품

◇ 냉감·경량 앞세운 전략 재편…시즌 경계 허문다

소비 변화에 맞춰 패션업계는 냉감·경량 소재를 앞세운 기능성 제품을 확대하고, 출시 시점과 물량을 앞당기는 등 계절 구분을 허무는 방향으로 상품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LF[093050]는 냉감 기능성 중심의 제품을 확대하고 출시 시점을 앞당겼다. 닥스골프는 초경량·고통기성 제품인 '에어리' 시리즈 물량을 20% 이상 늘렸고, 냉감 반소매 티셔츠 출시도 예년보다 2주가량 앞당겼다.

'헤지스'는 봄 제품에도 냉감 기능을 접목했다. 나일론 소재 기반의 이너웨어로 구성된 '테뉴 라인'이 그 사례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초여름을 겨냥한 초경량 바람막이 상품군을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출고할 예정이다.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는 아우터 제품군을 대폭 줄이고 티셔츠를 작년 대비 120% 늘려 일찍 찾아온 여름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인 '스파오'는 지난 1일 '쿨 인 모션'이라는 기획전을 열어 린넨, 시스루 등 시원한 소재의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2주 차부터 쿨진(경량 데님 팬츠)을 출시한다.

이랜드 스파오 관계자는 "냉감 티셔츠를 사계절용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올해도 컬러와 소재 등을 확장해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호플러스는 올해 여름 상품의 출시 횟수를 기존 3회에서 5회로 늘려 시기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보다 적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여름 상품의 생산 계획도 초도 물량 기준으로 작년보다 50% 확대하기로 했다.

에잇세컨즈는 기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주목해 반소매 티셔츠를 늘리는 동시에 두께가 얇은 긴소매 티셔츠와 한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 카디건, 집업 아이템을 주력으로 함께 구성하고 있다. 소비자가 어떤 날씨에든 대응할 수 있도록 상품 선택의 폭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020000]은 시즌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정해진 시점에 여름 상품을 내놓기보다 날씨를 보면서 유동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예년보다 쌀쌀하면 여름 의류의 일정을 늦추고 봄 의류를 추가 투입한다거나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면 여름 의류의 투입 일정을 앞당기는 식이다.

특히 민소매 이너류 제품은 사계절 판매할 수 있는 '캐리오버'(다음 시즌으로 이어서 판매) 상품으로 전환해 계절 구분 없이 판매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온 변화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상품 기획과 출시 전략도 점점 더 유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오 '쿨 인 모션' 기획전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