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신고 후 환율 급등에 원화 환산 평가액 최대 1억 늘어
'외환당국 수장' 이해충돌 논란 소지 지적 나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신고 재산 중 절반 이상이 외화 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외환당국 수장으로서 환율이 상승할수록 원화 환산 평가액이 불어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연합뉴스가 신 후보자의 재산신고사항을 분석한 결과, 본인과 배우자, 장남이 보유한 재산 총 82억4천102만원 중 45억7천472만원(55.5%)이 해외 금융 자산과 부동산이었다.
전체 재산 중 서울 강남구 아파트(15억900만원)와 종로구 오피스텔(18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다국적 금융 자산이었다.
특히 신 후보자는 미국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신용조합, 스위스 투자은행, 스페인 은행 등에 총 20억3천654만원 상당의 예금을 보유했다.
이 예금은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스위스 프랑 등 외화로 예치됐다.
신 후보자는 15만파운드(3억208만원) 상당의 영국 국채에도 투자했다.
신 후보자 배우자 한모 씨는 미국 국적으로 미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 근처에 2억8천494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했다.
이 대학 대학원을 다닌 장녀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한 장녀는 이번 재산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 후보자 배우자 예금 18억5천692만원 중 대부분(18억4천15만원)은 해외 금융회사에 예치된 외화 예금이었다.
영국 국적의 장남은 8천239만원 상당의 외화 예금과 2천861만원 상당의 해외 주식을 보유했다.
외화 자산은 환율에 따라 원화 평가액이 날마다 크게 증감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재산 신고 서류 작성 후 현재까지만 보더라도 원화 기준 재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신 후보자와 가족의 해외 금융 자산과 부동산은 임의로 지난달 20일의 매매기준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됐는데, 이후 중동 상황 악화로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지난달 20일 1,499.7원에서 이달 1일 1,530.5원으로 단기간에 2% 넘게 치솟았다가 3일 1,518.8원으로 내렸다.
그 사이 신 후보자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 평가액도 한 때 최대 1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신 후보자가 1982년 병역을 마치고 영국 대학에 진학한 뒤 44년여 동안 해외에 거주했던 점을 고려하면 외화 자산 비중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은 총재로서 임기 중 이런 자산 구조를 유지할 경우 이해충돌 논란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환당국의 다른 한 축이던 옛 기획재정부의 최상목 전 장관은 약 2억원을 미국 국채에 투자한 사실이 지난해 3월 재산공개로 드러나 '강(强)달러'에 베팅했다는 비판을 받고 이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야권은 "심각한 범죄", "명백한 배임"이라고 최 전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재산이 공개된 역대 한은 총재 가운데 신 후보자처럼 외화 자산 비중이 높은 사례는 없었다.
대표적 '국제통'인 이창용 현 총재의 경우도 전체 재산 54억5천260만원 중 외화 자산은 본인과 가족의 해외 계좌 예금 3억72만원(5.5%)에 그쳤다.
이달 중순께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신 후보자의 외환시장 안정 의지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현재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단 환율이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를 수용할 수 있는지 보는 만큼 그런 면에서 큰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시장 일각에서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으로 해석됐고, 당일 환율은 장중 1,540원에 육박해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외환 정책 결정에서 대규모 외화 자산 보유자도 배제하는 것이 마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