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이란전쟁 들여다보는 中기업들…미군 위치 정보 유통

연합뉴스 2026-04-05 11:00:09

대응 나선 美…민간위성업체에 이란 등 위성사진 판매 중단 요청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중국의 민간 기업들이 각종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이란 전쟁과 관련한 미군의 군사활동 정보를 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서방과 중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선 최근 미군 기지 장비 배치와 항공모함 전단 이동, 항공기 집결 상황 등을 상세하게 분석한 게시물들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는 위성사진과 항공기 위치정보(ADS-B),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 등 공개 정보를 AI로 분석해 추출한 결과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정보를 상업적으로 판매하거나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사업 기회로 삼고 있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미자르비전(MizarVision)의 경우 중동지역 미군 기지와 항모전단의 이동, 방공시스템 배치 등을 분석해 SNS에 공개하고 있다.

이 업체는 미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제럴드 R. 포드호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내 미군 기지에 집결한 항공기 종류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미군의 군사력 증강 동향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업체의 주장이다.

특히 이 업체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준비도 수개월 전에 추적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업체가 상업 위성 데이터를 대량 구매해 활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중국 기업 징안테크놀로지는 미군 전략폭격기 B-2A의 교신 내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과 중국 기업이 스텔스 폭격기 교신을 실제로 감청했을 가능성이 작다며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이 같은 사례들은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간 기업이 공개 정보를 분석해 군사 정보를 정교하게 재구성하는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을 활용해 이란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이란에 미군 관련 표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군의 기밀 정보를 유통한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의 군민융합 정책 아래 성장하면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연방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들이 AI를 전쟁 감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적대국들이 기밀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며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는 민간 위성업체들에 이란과 중동 지역에 대한 위성사진 유통을 무기한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는 중동 분쟁이 종료될 때까지 이 지역 위성사진을 고객들에게 판매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플래닛랩스는 성명을 통해 '안전 및 작전 보안'을 위해 위성사진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판매한 이란 테헤란 국제공항의 위성사진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