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한 물건 일정량 재활용하도록 의무 부과…올해 대상 확대
재활용 의무량 외 물량에도 부담금·해외직구 플랫폼에 의무 부과 등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전면 개편을 검토한다.
대폭 손질 시 2003년 제도 시행 후 사실상 처음으로 올해부터 대상이 크게 확대된 터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 개편을 검토 중이다. 최근 연구용역 등으로 개편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는 각종 제품과 포장재를 제조·수입한 업자에게 판매한 제품과 포장재 폐기물 일부를 수거해 재활용하게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의무를 달성하지 못하면 달성하지 못한 만큼 '재활용 부과금'을 내야 한다. 재활용 부과금은 실제 재활용 비용의 130% 이하에서 설정된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적용 품목은 포장재의 경우 종이팩·금속캔·유리병·합성수지(플라스틱) 재질 포장재 등이고 제품의 경우 전지·타이어·윤활유·LED 조명 등 조명·합성수지 재질 제품·합성수지 일회용 봉투와 쇼핑백·에어캡(뽁뽁이) 등 합성수지 재질 필름·교체용 정수기 필터·어망·폴리프로필렌 재질 생활용품·플라스틱 운반 상자·바닥재·어망·전력선과 통신선·완구류 등이다. 완구류는 올해 추가됐다.
전기·전자제품은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가 운영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적용 전기·전자제품은 올해부터 '의료기기와 군수품 등 일부를 제외한 전체 제품'으로 기존(50종)보다 대폭 확대됐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는 생산자가 제품 출고량에 맞춰 일정액을 예치하고, 재활용 실적에 따라 예치금을 돌려받는 예치금 제도를 대체하는 제도로 2003년 시행됐다. 재활용을 책임지는 주체를 국가에서 제품 이익을 얻은 기업으로 전환했다는 의미가 있는 제도다.

기후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적용 대상이 되면 폐기물부담금은 더는 내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제품·포장재 출고·수입량 중 재활용하도록 의무가 부과된 물량 외 물량에는 폐기물부담금을 매기거나 출고·수입량 전체를 기준으로 재활용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분담금은 제조·수입업체가 공제조합에 재활용 의무 이행을 맡길 때 부담하는 돈으로 현재는 전체 출고·수입량 중 일부인 재활용 의무량만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재활용 의무량 외 물량에 폐기물부담금 부과 등을 고려하는 이유는 기업이 판매한 물건 전체에 대해 재활용 책임을 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기업의 재활용 책임을 확대하기 위해 반드시 재활용해야 하는 물량의 비율, 즉 재활용 의무율을 높이는 방안도 있다. 다만 재활용 의무량 외 물량에 대해선 기업이 재활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현재 상황에선 재활용 의무율 상향 시도 시 기업 반발이 거세 실현이 어렵다.
기후부는 해외 직구가 일상이 된 상황을 고려, 온라인 플랫폼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나가기로 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는 '낭비 방지 및 순환경제에 관한 법률'(AGEC)에서 플랫폼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했고 영국은 전기·전자 장비 폐기물(WEEE) 규정에 외국에 본사를 둔 업체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자국 소비자에게 전기·전자 장비를 판매한 경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운영자를 생산자로 간주하고 판매자 대신 수거·처리·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기후부는 제조·수입업체에 더해 원료 공급자에도 재활용 의무를 지우는 방안도 검토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는 소비재 제조·수입업체를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기업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되면 반발이 거셀 수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이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강화하는 등 규제가 강화돼 기업들도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성엔 동의하고 있다"면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 개편 시 산업계와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