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마약은 4% 불과…의료용 마약류·비마약류가 96%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경찰이 지난 2일 '약물 운전' 처벌 강화법을 시행한 가운데, 적발된 약물 운전자에게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불법 마약이 아닌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인 것으로 5일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미정 감정관이 이끄는 연구팀은 '경찰학 연구' 2026년 최신호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국과수에 약물 운전과 관련해 의뢰된 1천46건의 약물 성분과 검출 빈도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검출 약물은 의료용 마약류가 55%로 가장 많았고 비마약류 약 성분(41%), 불법 마약류(4%)가 그 뒤를 이었다.
의료용 마약류 중에서는 진정·수면을 돕는 중추신경 억제 약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불면증 치료 목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졸피뎀이 3년간 370건 검출돼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불안과 수면장애에 처방되는 알프라졸람(144건), 플루나이트라제팜(126건) 등도 다수 검출됐다. 이 약물들은 각성 수준 저하, 주의력 및 반응속도 감소, 운동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옥시코돈, 펜타닐(각 6건) 등 마약성 진통제도 인지기능을 떨어뜨려 운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비마약류 중에서는 항정신병약과 항우울제 계열이 가장 많았다. 항정신병약 중에서는 쿠에티아핀이 108건으로 최다였는데, 진정 작용으로 인한 졸림과 무기력감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유도제나 알레르기약으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도 다수 검출됐다.
반면, 불법 마약류 검출은 메스암페타민(필로폰·28건), 대마(19건), 합성 대마류(16건) 순으로 합법적 의약품에 비해 그 비중이 작았다.

경찰은 약물 운전을 예방하려면 약을 처방받거나 구입할 때 전문가에게 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먹었다면 충분한 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건강 상태나 체질별로 약의 작용이 다른 만큼 '감기약만 먹어도 처벌받는 것 아니냐' 등 우려가 나오지만, 경찰은 복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복용 후 정신이 몽롱해지는 등 실제 사고 위험이 있는 상태가 단속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합법적으로 처방된 약물을 단순히 '검출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방식은 약물 내성, 개인별 대사 차이, 복용 용량과 시점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기 어렵고, 치료 목적의 복용까지 일률적으로 위험 행위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약물운전 판단에 대한 표준 절차를 정교화하고 약물 종류별 특성과 한계를 고려한 운영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재 국과수와 한국도로교통공단에 혈중농도 및 운전금지 기준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상태이며, 내달 31일까지 단속 방식을 보다 구체화할 방침이다.
hyun0@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