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수업서 바이오·AI 결합한 실험 눈길
"막연하던 AI 사용 수월해져…대학원 진학 흥미도 생겨"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강의실 학생들이 잘 볼 수 있게 카메라 포커스를 맞춰주세요. 자, 이제 혈관이 잘 보이죠?"
지난 1일 숭실대 한 강의실에서 정재현 화학공학과 교수의 말이 떨어지자 학생 2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스크린 속 '달걀'로 향했다.
스크린에선 학생 3명이 실험실에서 조교들과 함께 '인공지능(AI) 엔진형 인체모사 비임상시험'을 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이른바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유정란에 이식해 종양을 형성하고, 이후 항암제를 투여해 종양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쥐나 토끼 같은 동물 대신 미니 장기와 유정란을 활용한 게 차이점이다.
기존 실험과는 달리 AI로 비임상시험을 설계·최적화하고 자동화 분석, 결과 평가 등을 거친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했다면 데이터 분석에 한 학기를 통째로 쏟아야 하지만, AI 덕에 3일이면 모두 끝낼 수 있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식약 개발과 관련해 동물 대상 실험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환함에 따라 오가노이드와 AI를 활용한 비임상시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정 교수는 "동물 대상 실험과 비교해 정확도도 훨씬 높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작도 못 한 단계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시험 얘기를 하면 일부는 '대학원생이 하는 수준 아니냐'고 하는데, 이런 시험을 한번 다뤄보면서 중요성을 고민해본 학부생과 아닌 학부생은 천지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업은 숭실대가 교육부의 'AI 첨단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 사업 학교로 선정되며 마련됐다.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신속히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기업과 공동으로 단기 집중 교육과정을 개발해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으로, 숭실대에는 큐리오시스, 쓰리이솔루션, 네오나노텍 등 3개 회사가 참여했다.
바이오 분야와 AI 기술을 결합한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 만큼 학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원의 3배가 넘는 사람이 수강 신청을 했을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의생명시스템학부, 화학공학과, 신소재공학과 등의 학생들이 대거 지원해 AI 사용법과 실험법을 배우고 있다.
정 교수는 "일주일에 세 번씩, 하루에 세 시간을 배우는 '몰입형' 수업으로 진행된다"며 "관련 전공이 아닌 학생이라도 다양한 이론과 실험, AI를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도 9학점짜리 수업이라는 부담감보다 수업 내용과 방식에 대한 흥미를 더 많이 느낀다고 했다.
실험실에서 만난 화학공학과 손시은(23) 씨는 "교양 과목에서 'AI는 이렇다' 정도로 배운 데다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며 "이번 수업을 계기로 실제로 실험한 것들을 AI와 접목해보면서 AI 사용이 보다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화학공학과 류예서(22) 씨 역시 "대학원 진학에 대한 흥미가 확실히 생겼고, 관심 분야도 넓어졌다"면서 "주위 친구들에게도 바이오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이 수업을 꼭 한번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있다"며 웃었다.

ramb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