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전쟁 장기화에 글로벌 '먹거리 쇼크' 우려

연합뉴스 2026-04-05 07:00:03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비료 공급 줄고 식량 위기 가능성

비용상승 속 비료가격 올라-곡물공급 감소-곡물가격 상승

요소 비료 가격 급등…수급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에서 먹거리 쇼크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지역은 글로벌 비료의 생산과 수송에 핵심적이다. 세계 비료 해상운송의 3분의 1가량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료 공급이 부족해져 곡물 생산이 감소하면 세계에서 식량 위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국제곡물지수 상승 전망"…FAO "비룟값 상승, 식량공급 영향"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비료 수급 차질로 올해 2분기 국제곡물(밀·옥수수·콩·쌀) 선물가격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를 반영할 때 전 분기 대비 6.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비료 공급 차질로 곡물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연료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비료와 비료 원료 가격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에 급등했다. 특히 질소 비료 가격이 뜀박질하고 있다.

브라질 대두 농장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달 중동 지역 요소 수출 가격은 t(톤)당 670달러로 전달 대비 38.1% 올랐으며 작년 동기보다 172.3% 상승했다.

지난 달 세계질소비료지수는 전달보다 35.2% 상승했으며 작년보다는 168.6% 올랐다.

비료의 원료가 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달 기준 MWh(메가와트시)당 53유로로 전달보다 62.4%, 작년 동기 대비 126.4% 올랐다.

지난 달 콩 선물 가격은 전달보다 4.2% 올랐으며 작년 같은 달보다 16.5% 상승한 t(톤)당 430달러 수준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바이오디젤 수요 확대 기대감이 가격을 밀어 올렸다.

바이오디젤 수요 확대로 지난달 대두유 선물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34.2% 올랐으며 팜유는 11.7% 상승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2.4% 상승했다. 이는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막시코 토레로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40일 넘게 이어지고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면 농부들은 재배면적을 줄이거나 비료를 덜 쓰는 작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는 내년까지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밀밭

◇ "중동전쟁, 비료 공급망 타격…세계 식량안보 위협"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비료 공급망 혼란이 비용 급등을 초래해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최근 지적했다.

UNCTAD는 에너지와 비료, 운송 비용이 급등하면 식량 생산과 공급, 가격의 리스크(위험)가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천연가스는 요소나 암모니아 같은 질소 기반 비료 생산에 핵심 원재료가 된다.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비료 생산 비용도 올라가고 결국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UNCTAD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을 때 비료 가격도 치솟은 것이 역사적 패턴이었으며, 비료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인도 등 주요 곡물 생산국이 비료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면 곡물 생산이 줄어들고 글로벌 식품 가격에도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상운임이 급등한 것도 비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곡물 공급이 감소가 곡물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비료 가격이 오르면 비료 사용량이 줄어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는 데다 농업인들이 옥수수같이 비료를 많이 쓰는 작물에서 비료를 적게 쓰는 대두 등 작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미국 농무부 조사에 따르면 미국 농부들은 작년보다 옥수수를 덜 심고 대두를 더 많이 심을 계획이다.

태국 쌀 수확

◇ 한국 비료 38%, 호르무즈해협 거쳐…"7월 말까지 비료공급 문제 없어"

실제 전 세계 비료 공급망은 중동전쟁으로 타격을 입었다.

카타르와 이란의 비료 생산은 중동전쟁 이후 감소했다. 중국은 비료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 이후 수입선을 다변화해 중동 지역 요소 비료 의존도가 43.7%에 이른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들여오는 물량이 38.4%를 차지한다.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동남아산 요소 가격도 전쟁 이전보다 50% 넘게 뛴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비료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농업계는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영농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12일 입찰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 이후 비료 가격은 변동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요 요소 비료 업체는 이달 말까지 공급할 수 있는 완제품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3개월 치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7월 말까지 비료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료 공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비료를 과다 사용하는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