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공원은 연간 이용권 40만원대로 대폭 인상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얼마 전 국립공원공단 고위 관계자와 각 언론사 여행 전문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는 뜻밖에 외국인 관광객의 '공짜 입장'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의 국립공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내국인과 동일하게 무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취재가 잦은 기자들로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대표 자연자산에 적지 않은 비용을 매기는 모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립공원 관계자도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관련된 제도 손질은 정치권의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수치를 보면 여행전문가들의 이런 문제 제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3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동월보다 25.7% 늘어난 수치다.
1∼2월 누적 방한객도 27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9.6% 증가했다.
한국 관광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 다시 팽창 국면으로 들어선 모습이다.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 도심 쇼핑지와 번화가로만 몰리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공공 관광 자산 자체가 외국인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관람객 650만여명을 기록해 루브르, 바티칸 박물관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전년보다 70% 이상 급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한국 문화의 힘이 공연장과 드라마 촬영지를 넘어 박물관과 전통문화 공간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립공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전국 22개 국립공원 방문객은 4천331만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은 205만명이었다.
산과 바다, 자연과 도시, 문화와 풍경이 촘촘히 맞물린 한국 관광의 강점이 국립공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경쟁력 있는 자산을 한국이 지나치게 '후하게'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은 무료이고, 국립공원 역시 입장료가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대표 문화·자연 자산을 누리면서도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을 미래 산업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돈을 받아야 할 지점에서는 머뭇거림이 심하다.
환대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퍼주기에 가까운 구조가 고착된 셈이다.
해외는 정반대다.
미국은 올해부터 유명 국립공원 11곳에서 비거주 외국인에게 기존 입장료 외에 1인당 100달러를 추가로 받기 시작했다.
차량 1대당 요금을 받는 기존 체계에 외국인 추가 부담을 얹는 방식이다.
연회원 카드도 거주자는 80달러, 비거주자는 250달러로 차등화됐다.
일본도 주요 자연공원과 문화유산에 대해 일정한 이용료를 받는다.
유럽 역시 박물관과 자연유산, 문화유산 관리에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여론 탓인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부터 유료 입장으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인다.
지나치게 낮거나 장기간 유지된 이용료를 조정해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환대와 퍼주기는 구분해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유럽의 한 관광청 관계자는 "관광객을 친절하게 맞는 것과 국가의 대표 자산을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힘쓰고 정작 공공 관광자산의 보전 비용은 세금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현장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이 당장 미국처럼 높은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외국인 차등 요금제든, 자연보호 기금 성격의 소액 부담이든, 최소한의 비용 원칙을 논의할 시점은 됐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박강섭 서울관광재단 이사장은 "한국 관광은 이미 충분한 매력을 입증했다"며 "이제는 대표 관광자산을 언제까지 공짜로 내줄 것인지, 그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한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polpori@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