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직후 정체불명 단체 등장해 유럽도시 공격 배후 자처

연합뉴스 2026-04-05 00:00:34

이란 선전했던 SNS 채널…영·프·네덜란드 등 방화·폭발물 미수

방화 피해 당한 런던 유대인 공동체 구급차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정체불명의 단체가 갑자기 등장해 서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발생한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아샤브 알야민' 또는 '하라캇 아샤브 알야민 알이슬라미아'라는 이름의 단체는 3월 9일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텔레그램 채널에 처음 등장했다.

이들은 "전 세계 미국·이스라엘 이익집단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더니 이틀 뒤 벨기에 리에주의 유대교회당(시나고그) 화염병 투척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3월 13일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유대교회당, 14일에는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학교가 공격당했고 20일에는 네덜란드 헴스테더 유대교회당에 대한 공격이 미수에 그쳤다. 다비트 판베일 네덜란드 법무장관은 당시 의회에 출석해 "이란이 연계됐을 가능성을 분명히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3월 23일에는 영국 북런던의 유대인 공동체에서 의료봉사단체가 운영하는 구급차 여러 대가 방화 피해를 입었다. 아샤브 알야민을 대표해 공격을 배후를 주장한 텔레그램 채널들은 과거 이란 정부 선전을 담은 게시물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3월 28일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랑스 파리 사무소 앞에서 사제 폭탄이 발견돼 시티은행, 골드만삭스 등 다른 미국 은행의 파리 직원들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앞서 3월 16일 뉴욕멜론은행의 암스테르담 지점이 비슷한 공격 대상이 됐고 아샤브 알야민이 배후를 자처했다.

BOA 파리 법인 앞 경찰차

싱크탱크 국제대테러센터의 율리안 란체스 연구원은 이 단체에 대해 "3월 9일 전에는 온·오프라인에 흔적도 없다"며 "이렇게 느닷없이 등장하는 조직은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프라인이나 내부 조직을 갖춘 실제 테러집단인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 이란 정보기관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각국 수사당국은 이 단체가 실제 배후가 맞는지 들여다보고 있지만 결론을 내진 않았다.

런던 구급차 방화 사건의 경우 경찰은 19, 20세 영국 국적자와 17세 영국·파키스탄 복수국적자를 방화 혐의로 체포했다고 지난 3일 밝혔으나 아샤브 알야민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이란이 과거 해외 반체제 인사들을 괴롭히거나 해치려는 목적으로 과거 범죄조직을 고용한 적이 있다며 이런 형태의 규모를 키운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주재 이란대사관은 "책임감 있는 국가인 이란은 언제나 내정 불간섭 등 국제법의 원칙을 존중한다"며 "영국 내 특정인에 대한 불법적인 행위에 관련됐다는 어떤 의혹도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유럽에서 벌여온 하이브리드전과 비슷한 수법을 이란이 구사한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파리 BoA 공격 사건의 경우에는 10대 피의자 3명 중 하나가 스냅챗을 통해 범행을 사주받았는데 한 20대 남성이 접근해 여자친구에게 복수하려 한다며 폭발물 설치와 촬영 대가로 500∼1천유로(약 86만∼173만원)를 주겠다고 했다고 프랑스 르몽드가 전했다.

란체스 연구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적은 돈으로 '일회용 요원'을 고용하는 이런 방식이 러시아가 쓰는 하이브리드전과 유사하다면서 "유럽 하이브리드전의 핵심 목표는 사회 불안과 혼란 조장"이라고 설명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