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 분리주의 세력 공습…중동 '친미' 사우디-UAE 긴장 고조
'평화중재자 자처' 트럼프 골치…미, 일단 양국에 자제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중동의 양대 강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간 패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예멘 내전을 둘러싼 대리전 속에 사우디가 UAE가 지원하는 세력을 직접 타격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사우디가 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민병대 세력인 남부 과도위원회(STC) 거점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내전 상황에서 서로 대립 중인 다른 세력을 각각 지원해왔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지지하지만, UAE는 과거 독립국이었던 남예멘의 부활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세력인 STC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STC가 예멘과 사우디 국경 인근에 석유가 풍부한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STC는 이란이 지원하는 반군 세력인 후티의 밀수 경로를 차단하고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사우디는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한 군사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사우디는 STC에 자국과 국경을 접한 하드라마우트 주(州)에서 병력을 철수하라고 경고했지만 듣지 않자 하루 만에 직접 타격에 나섰다.
STC 관계자는 이번 공습에 따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우디의 공습은 경고 성격으로 STC가 병력을 철수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군사행동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양국 간 대리전이 격화하자 미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사우디와 UAE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안보 파트너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중재자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상황에서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두 국가의 협력이 절실하다.
미국은 일단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자제를 촉구했다.
AFP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속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자제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사우디와 UAE 양국의 "외교적 지도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WSJ은 양측간 충돌이 심화하면 중동 관계에 많은 공을 들여온 트럼프 행정부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애덤 배런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중동 정책의 초석은 사우디와 UAE를 중심으로 한 걸프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양국 간 긴장 고조는 이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shiny@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