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까지 일하는 것은 필수…재정 안정성에 중요"
"중산층으로 살다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 있어"
"1∼2년 투자해 자격증 취득하길"…김경록 미래에셋 고문 인터뷰
[※ 편집자 주=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많아 다섯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로 재취업 문제를 주로 다뤘습니다. 이미 송고한 첫 번째 기사는 투자의 중요성, 두 번째 기사는 노후 빈곤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미 송고된 기사의 제목과 요약은 이번 기사 맨 아랫부분에 수록했습니다. 다음 주 이후에 나가는 네 번째 기사는 노후를 위한 투자, 다섯 번째 기사는 노후 문제와 함께 한국경제 문제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성장 스토리, 개인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퇴직 후 재취업 시장은 중고차 시장과 비슷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좋은 중고차와 안 좋은 중고차가 섞여 있는데, 판별이 안 됩니다. 그래서 비슷하게 취급받습니다. 내 차는 좋은 중고차라고 주장해도 다른 사람이 그 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재취업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류 대기업 출신이어도 재취업할 때는 200여만원의 월급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연합뉴스와의 [삶]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고문과의 인터뷰는 11월 25일부터 여섯 차례 진행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전문성을 갖춰놔야 하고, 전문성이 없으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면서 "그것도 어려우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2년 정도 투자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10년 정도 더 일할 수 있다"면서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면 당황해서 이것저것 마구 시도하다 낭패를 보게 되는데, 좀 더 차분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고문은 마산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장기신용은행 사원,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 미래에셋투자신탁운용 공동 대표이사,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같은 회사의 은퇴연구소장을 지냈다. 지금은 자산관리와 노후설계에 대한 강연과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김경록 고문 인터뷰 3차 기사 질문-답변
--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0%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데. 노인 빈곤율은 무엇인가.
▲ 노인 빈곤율은 상대적 개념이다. 절대 빈곤이 아니다. 전체 인구를 소득 기준으로 1등부터 100등까지 일렬로 세워놓았을 때 50등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이 중위소득이다. 65세 인구 중 이 중위소득의 절반 수준이 안되는 사람의 비중을 노인 상대 소득 빈곤율이라고 한다. 현재 2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 200만원가량이 안 되면 빈곤층에 해당된다. 1인 가구는 월 소득 120만원이 안 되면 상대적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의 이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 외국과 달리 한국인은 자산의 대부분을 주택으로 갖고 있다. 한국 5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5억원인데 이 중 4억원이 주택이다. 이 주택을 소득화하면 빈곤율은 낮아진다. 4억원짜리 주택을 갖고 있으면 한 달에 130만원 정도의 소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보유 주택을 감안해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
▲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연금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기업연금은 2005년에서야 도입됐다.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시작했는데, 현재 나이 많으신 분들은 적용이 안 됐다. 게다가 '주된 직장'에서 일찍 퇴직하기 때문에 연금을 충분히 붓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된 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은 서구 국가들에 비해 10년 정도 짧다.

-- 한국의 소득 5개 분위 중 위험한 계층은.
▲ 가구소득 기준 20%씩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3분위가 가장 위험하다.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해왔지만, 퇴직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대 초중반에 퇴직한 후에 별다른 직장 없이 10년 정도 지나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진다. 정신적 충격까지 온다. 평소에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4분위와 5분위는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소득수준이 높아서 그렇다. 1분위와 2분위는 소득급감으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래 소득이 적었고, 퇴직 이후에도 정부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 재취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 65세까지 일하는 것은 거의 필수라고 본다. 현재 60∼65세 고용률은 65% 정도인데,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그렇지만 이 시기에 근로소득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 왜 그런가.
▲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근로소득이 없으니 은퇴자금에서 월 300만원씩 꺼내 쓸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재취업한 B는 근로소득 300만원을 생활비로 쓰고, 은퇴 자금은 계속 불려 나갈 수 있다. 70세 이후에 이들 두사람의 자산 격차는 엄청나게 커진다.
--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나.
▲ 나는 70세까지는 일할 수 있으면 하라고 권한다. 그 이후에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좋다. 압축해서 표현하면 65세까지는 필수, 70세까지는 일하면 좋고, 그다음에는 옵션이라고 본다.
-- 옵션의 시기에는 무엇을 하는 게 좋은가.
▲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지금까지 못 해봤던 일, 완전히 꽃 피우지 못했던 일을 해보길 권한다. 우리의 수명이 짧다면 이런 걸 권하지 않는다. 장수 시대에는 이런 삶을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 재취업한다면 어떤 분야가 좋은가.
▲ 내가 노후 설계에 대해 강연할 때였다. 어떤 분이 1억 원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운용하면 은퇴 준비가 되는지 물었다. 나는 그 정도 자금으로는 답이 없다고 했다. 1억원을 운용해서 연 4%의 이익을 얻는다면 연간 400만원밖에 안 된다. 한 달에 30만원 정도다. 차라리 1억 원 중 1천만원∼2천만원을 떼어내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나는 권했다. 자격증이 있으면 재취업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1∼2년 정도의 시간과 돈(학원비 등)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정부 지원이 많아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 자격증 취득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나.
▲ 나는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2년 정도는 준비해야 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 3개월 정도의 짧은 준비로 취득이 가능한 자격증은 권하지 않는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2년 이상 걸리는 자격증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정도 난이도라면 영원히 합격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 드신 분들은 그 과정이 매우 힘들 수 있다.

-- 순찰, 택배, 도우미, 간단한 정리업무, 독거노인 돌봄, 환경미화, 경비, 주차관리 등도 재취업 분야인데, 이들 직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누누이 강조하지만, 단순직보다는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가 낫다. 자격증으로는 손해사정인도 있고,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도 있다. 안전관리사, 전기기술사, 나무 의사, 산림 관리사 등도 있다. 자격증을 취득해서 전문성을 확보하면 70대 중반까지도 일할 수 있다.
-- 자격증을 취득해서 성공적이었던 사례가 있나.
▲ 내 친구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한 후에 감정평가사 준비를 했는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3∼5년은 걸리는 데다 젊은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빨리 포기하고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작은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수습이어서 월 240여만원 정도 받는다. 경력을 3년 정도 쌓은 후에는 보다 큰 아파트로 옮길 수 있는데, 월 300만∼400만원은 받는다고 한다.
-- 다른 사례가 있나.
▲ 나의 다른 친구는 퇴직 후 건물 관리소장이 됐다. 처음에는 65세까지만 하고 관둔다고 하더니 이제는 70세까지 하겠다고 한다. 건물 2개 동을 관리하느라 많이 걸어야 하는데, 덩달아 건강도 좋아졌다고 한다. 이 친구는 다시 75세까지 일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있다.

-- 재취업하면 어느 정도 받나.
▲ 처음에는 주된 직장에서 받았던 급여의 50% 전후다.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소득이 높았던 사람과 낮았던 사람의 이 비율은 다르다. 그런데 이 직장에 오래 있지 못하고 3∼4년 후에는 퇴직한다. 나이가 65세 전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직장으로 가게 되는데, 이때 급여는 주된 직장에서 받았던 액수의 30∼40% 정도로 떨어진다.
-- 대기업 출신들이 재취업하면 급여는 어느 정도인가.
▲ 대기업에서 과장, 부장 등 중간 간부로 있다가 퇴직한 사람은 기대 수준이 높다. 워낙 높은 급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재취업 시장에서 이들이 원하는 급여는 월 380만원이다. 그런데 실제로 취업하면 27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이는 통계 조사상의 수치이고, 내 주변에 있는 대기업 출신들은 240만원 정도 받는다. 이 액수도 적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회사가 건강보험료를 내주기 때문이다.
-- 금융권 종사자들은 재취업하면 어느 정도 받나.
▲ 대개 50대 중후반에 퇴직한 후에 대출 중개를 하기도 한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은행에 연결해주는 일이다. 일종의 프리랜서인데, 월 240만원 정도 번다.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도 받는데, 수억 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이 일을 즐겁게 한다.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같이 밥을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은행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정규직보다 인건비가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 퇴직 후 창업은 위험한가.
▲ 창업은 조심해야 한다. 어떤 대기업 출신은 친구들과 동업으로 고깃집을 차렸다고 한다. 이미 자녀 외국 유학에 돈이 많이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그 고깃집이 잘 안돼서 돈을 다 날리고 말았다고 한다. 노후 5대 리스크 중 자녀 리스크와 창업 리스크가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노후 리스크는 모두 다섯 가지인데 나머지 세 가지는 황혼 이혼, 금융 사기, 중대 질병 리스크다.
-- 창업은 99% 망하니 무조건 하지 말라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 무조건은 아니다. 다만 고정비와 목돈이 들어가는 창업은 안 하는 게 좋다. 내 고등학교 선배는 은행에서 퇴직한 후 창직(創職)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재취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어떤 분야가 적합한지 가이드를 해준다.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하니 고정비가 필요하지 않다.
-- 퇴직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갑자기 직장을 떠나게 되면 당황스럽고 막막하다.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무리에서 쫓겨난 수사자 같은 신세가 된다. 외환위기 당시 장은경제연구소 소장님이 하셨던 이야기가 있다. 영화관에 불이 나면 처음에는 관람객들이 일제히 뛰어나가는 바람에 창구 앞에 몰릴 수 있다. 그러면 위험하다. 그러지 말고 자세를 낮추고 있다가 천천히 나가면 탈출에 성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면 당황해서 이것저것 해보려 한다. 무리한 창업도 한다. 이러지 말고 조금 차분하게 기다리면 길이 보일 수 있다. (김경록 고문 인터뷰 3차 기사 끝)

<김경록 고문 인터뷰 1차 기사 요약>
[삶] "주식 매입한 뒤 5년간 감옥에 가 있으면 돈번다"[http://www.yna.co.kr/view/AKR20251212139400546?section=search](2025년 12월13일 송고)
충분히 돈을 모으거나 부자가 되는 것은 절약과 예금만으로 불가능하다. 젊은 시절부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예금과 적금으로 종잣돈을 마련해서 투자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절약하는 사람이 아니다.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다.
근로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금융기관에 예금하면 낮은 이자율, 인플레이션 등으로 그 돈이 크게 불어나지 않는다. 젊을 때부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짧은 시간 내에 사고파는 단타를 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을 산 뒤 5년 동안 감옥에 가서 잊고 지내면 돈을 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순자산 30억원 정도를 갖고 있으면 부자라고 한다. 순자산은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다.
[삶] "경조사비 5만원으로 통일했으면…돈없어 장례식장도 못가네요"[http://www.yna.co.kr/view/AKR20251219081500546?section=search](2025년 12월20일 송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 돈이 없어서 동창들의 경조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우리 동창생들이 부조하는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러면 더 많은 동창이 친구들 부모님 장례식, 자녀들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이 '주된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 짧다. 그러다 보니 퇴직 후에 받는 공적연금과 퇴직금이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한국인은 사교육비 지출 등으로 자기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칫하면 노인 빈곤층이 되거나 노후 파산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일본에서 노후 파산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로 후생연금(한국의 국민연금)을 충분히 못 받는 경우다. 직장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지역 가입자가 됐고, 이 과정에서 연금 불입을 못 한 것이다. 두 번째가 자기 집이 없는 경우다. 집이 없으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내야 한다. 월 소득이 200만원인데, 50만∼60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면 쓸 수 있는 돈이 확 줄어든다. 세 번째는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다. 병에 걸리면 의료비가 많이 들어간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대부분이 노후 파산에 직면한다.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keunyou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