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의 '대선승리' 부정한 베네수엘라 정치범 일부 석방

연합뉴스 2025-12-27 02:00:03

정부 "99명 보석으로 풀어줘"…美압박 직면 속 '선의 제스처' 관측

지난 1월 카라카스에서 진행된 베네수엘라 정치범 석방 요구 시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초고강도 압박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성탄절을 전후해 정치범들을 석방했다고 베네수엘라 교정당국이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베네수엘라 교정부는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p/DStiECijOb9/]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주권적 의지를 부정하고 국가의 평화를 훼손해 구금된 이들 중 범죄 양상에 따른 평가를 거쳐 99명을 보석으로 풀어줬다"며 "이는 평화, 대화, 정의 실현이라는 정부의 약속을 구체화하는 결정"이라고 알렸다.

구금됐던 이들에 대해서는 '2024년 7월 28일 선거 이후 발생한 폭력 선동 및 증오 유발 사건에 가담한 시민'이라는 부연 설명을 달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의 부정 개표 논란 속에 올해 1월 3선 임기를 개시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중심으로 한 베네수엘라 야권은 그러나 실제 득표에서 야권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며 반발해 왔다.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작년 여름에 마두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도 발생했는데, 공권력을 동원한 마두로 정부의 '질서 유지' 과정에서 28명이 숨지고 약 2천4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두로 집권 연장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미국의 강력한 봉쇄 조처 배경으로도 꼽힌다.

트럼프 정부(미군 포함)는 카리브해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중시킨 데 이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판단한 선박을 공격해 수십 명을 사살했다. 또 원유로 가득 찬 유조선 최소 2척을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나포하기도 했다.

일련의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가 권력을 내려놓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피력한다.

이런 정세를 고려할 때 마두로 정부의 이번 조처는 대중과 국제사회를 향한 '선의 메시지' 발신 차원으로 관측된다.

앞서 마두로 정부는 2017년에도 성탄절을 맞아 36명의 정치범을 석방하면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연말을 보내기를 원한다"라는 유화적 내용의 성명을 낸 바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 정부의 석방 인원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현지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인 '사회적 투사들의 자유를 위한 위원회'는 엑스(X·옛 트위터)[https://x.com/LibertadLuchSoc]에 "정부에서 발표한 숫자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현재 수감 중인 이들 전원의 석방을 촉구한다"라고 적었다.

현지 대표적 인권 단체인 '포로페날'도 이날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foropenalvenezolano/?locale=es_LA]에 "정치적 이유로 자의적으로 구금됐던 45명의 석방을 확인했다"며 "다른 가능성 있는 사례에 대해선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썼다.

포로페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는 지난 15일 기준 902명이 정치적 이유로 수감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