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법원, 자금세탁 21건·권력남용 4건 모두 유죄로 판단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6조원대 대규모 비리로 복역 중인 나집 라작(72)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자금세탁과 권력남용 혐의로 기소된 추가 사건 재판에서 또 유죄를 선고받았다.
26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자금세탁 21건과 권력남용 4건 등 혐의로 기소된 나집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한 재판은 판사의 판결문 낭독이 길어지면서 오후 6시 현재 형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콜린 로렌스 세케라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기소가 마녀사냥이고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국영 투자기업) 1MDB에서 강력한 지위를 남용했고 광범위한 권한을 악용한 사실이 반박할 수 없는 증거에 의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나집 전 총리는 그동안 재판에서 1MDB 자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 기부금이고 금융업자 조 로우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케라 판사는 "피고인과 조 로우는 분명한 유대 관계와 연결고리가 있었다"며 "조 로우는 1MDB에서 피고인의 대리인이자 중개자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조 로우는 당시 나집 전 총리 측근이었고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미국과 말레이시아 양국에서 기소됐지만 10년째 도주 중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리를 지낸 나집 전 총리는 2018년 5월 총선에서 패해 물러난 뒤 이른바 '1MDB 스캔들'로 수사받았다.
1MDB는 그가 총리로 재직할 당시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 투자기업이다.
이날 재판에서 다룬 나집 전 총리의 혐의는 1MDB와 관련한 5억4천만달러(약 7천800억원) 규모의 자금세탁 21건과 권력남용 4건이다.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은 1MDB를 통해 총 45억달러(약 6조5천억원)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이다.
수사팀은 유용한 자금 가운데 7억달러(약 1조원) 이상이 나집 전 총리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 등 모두 42개 혐의로 기소된 나집 전 총리는 2020년 1MDB의 옛 자회사인 SRC인터내셔널과 관련한 자금세탁과 배임 등 7개 혐의로 먼저 징역 12년과 벌금 2억1천만링깃(약 75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2년 8월 연방법원에서 원심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이듬해 사면돼 징역 6년과 벌금 5천만링깃(약 178억원)으로 줄었다.
남편과 함께 각종 비리를 저지른 의혹을 받은 그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도 징역 10년과 벌금 9억7천만 링깃(약 3천460억원)을 선고받았고 이후 항소심 재판 중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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