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터 개인적 업무까지 모든 것 전담…유행처럼 번지며 폭발적 성장
전세계 8천300개 추산…"관리 자산 규모 몇년 새 헤지펀드 넘어설 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갑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이른바 '패밀리 오피스'가 미국 월가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패밀리 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개인 자산을 운용·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별도의 자산운용사로, 부유층의 투자에서부터 개인적인 일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담당한다. WSJ은 패밀리 오피스 설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9월 글로벌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약 8천30개의 패밀리 오피스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6천130개에 비해 약 30% 늘었다. 2030년엔 1만72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작년 보고서 기준으로 약 5조5천억달러(약 8천조원)로, 5년 전보다 67% 많다. 이는 2025년엔 6조9천억달러(9천970조원)로 늘고 2030년에는 9조5천억달러(1경3천7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딜로이트는 내다봤다.

규모가 큰 패밀리 오피스들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같은 거물들을 대신해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해왔다.
이제는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를 가진 가문들도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거나, 여러 가문의 자산을 동시에 관리하는 이른바 '멀티 패밀리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는 주로 자산가들의 재정 관리를 담당하지만, 수천건의 청구서를 처리하는 등 일상적인 업무도 맡는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개인 소유 부동산을 관리하고, 전문가와 협력해 비행기와 요트 같은 사치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행 계획에서부터 짐 싸기, 레스토랑 예약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비서팀을 총괄하기도 한다.
직원이 소수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곳에 따라 수백명의 직원을 두기도 한다. 가사 관리사부터 심리전문가, 예술 자문가 등 직군도 다양하다.
이처럼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패밀리 오피스는 금융시장은 물론 점점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 대표들은 상대적으로 재량권이 크다. 덕분에 수십년간 투자를 유지하고 극심한 변동성도 견디며 대규모 집중 투자도 감행할 수 있다.
교사, 소방관 등의 자금을 굴리는 공적 연기금 관리자나,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재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헤지펀드 기업과는 다른 점이다.
이들의 자금 운용 방식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와 자선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 자금이 경제 전반에 스며들면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센터에서부터 치과, 미용·건강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패밀리 오피스의 자산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 몇 년 안에 헤지펀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패밀리 오피스 전문 로펌인 넬슨 멀린스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저 성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폭발적"이라며 "패밀리 오피스 업계가 차세대 사모펀드가 될 것"고 말했다.
nomad@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