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전망] 김정은, 올해는 대화 나오나…트럼프와 재회여부 주목

연합뉴스 2025-12-27 00:00:03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핵보유국 인정 바라는 김정은…전격 대좌 가능성

'北뒷배' 중국·러시아 움직임 주목…남북관계 반전은 여전히 쉽지 않을 듯

지난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내년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재회가 성사될지다.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이 마지막이었던 북미 정상의 직접 만남이 이뤄지면 꽉 막힌 정세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미 북미 정상 모두 대화 가능성을 여는 '시그널'을 보내며 탐색전에 돌입했다.

탐색전이 '본게임'으로 전환될 기회는 내년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은 여전히 대화 재개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히려 북한은 내년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업고 '북중러 연대 강화'와 국방력 증강에 매진할 가능성도 있다.

◇ 북미, 내년 4월 트럼프 방중 때 돌파구 찾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면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APEC 계기 북미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무응답으로 무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 방문을 위해 다시 동북아를 찾을 때 또 한 번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

올해 10월 APEC 정상회의 계기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과 승부사 기질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외교 치적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최근 발간한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맞물려 북미 정상외교 재개 여부가 한반도 정세의 핵심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흘려보내기 아쉬운 기회로 여길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를 의제에서 내려놓는다면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나름의 대화 재개 조건을 던져둔 상태로,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의 태도가 과거보다 한층 경직되고 핵능력도 고도화됐기 때문에 북미 정상이 대좌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일회성 만남에 그칠 수도 있다.

전략연은 북미의 입장이 절충돼 "비핵화를 직접 거론하지 않는 선에서 북핵 중단·축소 등을 다루는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내다봤다.

◇ '북한의 뒷배' 중국·러시아…촉진자 역할 기대할 수 있을까

북미대화 성사에 중요 변수는 북한의 '뒷배'인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다.

북한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형성된 '신냉전' 정세에 편승해 중러와 관계 강화에 외교력을 집중한 결과 어느 때보다 유리한 전략적 위상을 얻었고, 이는 대미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올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미러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북한의 외교적 입지도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생명줄'이 돼 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가 관심이다. 우크라이나 종전이 가시화하면 파병과 무기 수출 등 대러 거래에 의존해 온 북한도 출구전략이 필요해지고, 한미와 러시아 사이에서도 외교적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올해 9월 푸틴과 회담하는 김정은

다만 우크라이나 종전에 따른 한반도 외교 환경의 변화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에 현재로선 무게가 실린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후 복구, 지금까지 소모한 전장 장비 재비축 등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의 북러 간 관계도 바로 청산되기보다는 상당 기간은 지속될 것"이라며 "전쟁과 관련됐던 북러간 단기적 이해가 1∼2년 이상은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역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중이 4월 정상회담으로 타협 국면에 들어서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간 협조 가능성이 생기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바탕으로 북미대화 모멘텀도 더해질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연에서 내년 4월이 "관건적 시기"라며 "중개자, 촉진자가 필요하다. 이게 한국과 중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가 우선적 의제가 아니고 미중 모두 북한 문제에 외교력을 쏟을 여유가 없어 직접적인 대화 견인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 9차 당대회 '김정은 입'에 쏠린 눈…남북관계도 공간 생길까

정부는 북한의 9차 당대회, 이재명 대통령 방중, 미중정상회담 등이 진행될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9차 당대회에서 내놓을 대외 메시지와 구상은 평화공존 프로세스가 시동을 걸 수 있을지 1차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에 화답하더라도 대남관계에서는 '철벽'으로 일관할 공산이 크다.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해온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관계개선이요 평화요 하면서 융화노선을 제창하고 있는데 본질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북한이 당대회에서 당 규약에, 이후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못 박는다면 남북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다만 북한은 최근 남측에 대해서도 "극언·험구는 자제"(통일부 대통령 업무보고)하며 상황을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이를 남북대화로도 이어갈 정부의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