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최후진술 "경호 아무리 해도 과하지 않다…공소장 코미디"

연합뉴스 2025-12-27 00:00:02

체포방해·국무위원 침해 등…"많이 인내" 거듭 '거대야당 탓' 계엄 항변

"'내란몰이' 관저 밀고 들어와 위력경호"…공수처 수사 위법성 재차 주장

尹측 "내란 본류 사건 이후 선고해달라"…재판부, 1월16일 선고기일 지정

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이미령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방해 등 사건 재판 최후진술에서 "대통령 경호는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며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마치며 내년 1월 16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약 1시간 동안 최후 진술을 했다.

그는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를 '거대 야당' 탓으로 돌리며 진술을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도 참 많이 인내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반헌법적 국회 독재로 국정이 마비되고 헌정질서가 붕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비상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거대 야당이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국민을 깨우고 '제발 일어나서 관심 갖고 비판도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와 관련해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다가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하는데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이 없는데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다가 내란을 인지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위력 경호라는 건 늘 있다. 대통령 경호는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어디까지 의무없는 일이라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어디까지 해도 되는 건지 그런 것을 사법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건지"라면서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경호처를 사유화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호관들은 늘 총기를 휴대하고 실탄을 장전하고 있다"면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의무없는 경호 과정인 건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존속하는 한 이런 식의 판단이 대통령의 안전을 상당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언하는 백대현 부장판사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혐의와 관련해선 "심의란 대통령에 대한 자문인데, 대통령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대통령과 국무위원 간 하나의 권리와 의무 관계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45년 만의 국가긴급권 행사인 만큼 주례 국무회의처럼 하기 어렵다는 걸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는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 혐의와 관련해서도 "저도 공직 생활을 26년 했지만, 이런 종류의 공문서라는 게 대한민국에 존재하나 싶다"며 문제의 선포문이 공식 문서가 아니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외신에 허위 사실이 담긴 정부 입장을 전파하도록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대변인은 기관장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팩트는) 언론에서 취재하는 것이다. (기관장의) 입장을 얘기해주면 그걸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그건 언론의 몫"이라며 "저는 제 입장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은 없다. 계엄을 해제했는데도 막바로(곧바로) 그냥 '내란몰이'를 하면서 관저에 밀고 들어오는 걸 보셨잖느냐"며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면 이렇게 하겠느냐"고도 했다. 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공소장 범죄사실을 보니까 참 코미디 같은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살이 다소 빠진 모습에 남색 정장을 입고 출석했다. 그는 재판 중간 쉬는 시간 특검팀 검사들에게 "일반이적 (재판에도) 들어오느냐", "이제 원대복귀하느냐"고 웃으며 물어보는가 하면 재판이 끝난 뒤에도 "변론 재개 안 하면 여기서 끝난 거니까 수고들 많이 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도 "당시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체포영장 자체가 명백한 위법이고 이런 상황에서 체포에 저항한 것은 실체적 요건을 안 갖춘 위법한 행위에 대한 방어권 행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국무회의 소집 방식은 본질적으로 (대통령) 판단과 재량이다. 절차가 미흡해보인다는 수준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특정 국무위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지 않았고 실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직권남용의 구성요건을 통제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통령 정무 판단도 형사처벌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며 "어떤 정권이든 국정운영이 직권남용이란 이름으로 형사 법정에 끌려오는 선례가 될 수 있고, 이는 사법부 권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그래픽]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 현황(종합)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은 계엄 선포 관련 부수적인 행위들이거나 계엄 선포를 내란이라고 하며 이뤄진 공수처 수사와 관련된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 관련 본류 격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이후로 선고를 미뤄달라고도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에서 신청해 채택된 증인 3명도 불출석으로 신문이 안 이뤄졌는데, 이런 상태에서 재판을 마치면 도저히 승복하기 어렵다"며 "오늘 결심을 하시더라도 저희가 추후 관련한 증거를 제출할 테니 필요한 경우 변론을 재개해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늘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종결 이후 추가 확보되는 서류 증거가 있어서 증거 조사를 신청할 경우 필요하다면 변론 재개하고 공판 기일을 다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마치며 다음 달 16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4개 재판 중 처음 나오는 결론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al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