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저인산혈증 환자, 李대통령 만나 "치료제 급여 적용" 호소

연합뉴스 2025-12-26 17:00:03

매달 1천여만원 약값에 집까지 처분…복지부 "급여 조정방안 살피겠다"

저인산혈증 치료제 크리스비타 처방 후 걷기 시작한 송혜린씨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대통령님.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 없는 나라 만들겠다는 약속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장 큰 선물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희귀·난치질환인 '저인산혈증'을 30년 가까이 앓고 있는 송혜린(27·춘천 퇴계동)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열린 '희귀 질환 환우 및 가족들과의 소통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호소했다.

이 병은 국내에 환자가 채 100명도 안 되는 극 희귀 질환으로 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특정 호르몬이 과잉 생성돼 신장에서 인산염 소모가 늘어나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환자는 평생 심각한 근골격계 통증과 장애를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

송씨도 극심한 관절·근육 통증과 골격 변형, 척추 휨 등으로 고통받았다.

고관절 변형도 심해 수술도 여러 번 했지만, 진행을 막을 순 없었다.

오랜 기간 써온 약들은 신장 석회화와 부갑상샘 수치 상승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결국 송씨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 했다.

유전자

송씨의 부모는 딸을 살려야 한다는 결심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년 전 처음 승인한 저인산혈증 구루병·골연화증 치료제인 '크리스비타'를 투약하기로 했다.

한 달 치 약값이 1천만원을 훌쩍 넘어 살던 집까지 처분해야 했다.

다행히 치료제의 효과는 탁월해 투약 횟수를 거듭할수록 침대를 벗어난 송씨의 걸음걸이는 자연스러워졌고, 고통도 많이 사라졌다.

송씨는 "치료제의 급여 적용이 18세 미만 소아에게만 해당한다"며 "성인이 돼도 유전적 결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환과 고통은 더 심해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성인이라는 이유로 환자들은 치료 접근권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연령 기준으로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현실 속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희귀·난치 질환자들이 치료제를 눈앞에 두고도 사용 못 하는 의료 사각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치료가 어릴 때부터 성인까지 이어지는 질병 특성을 반영해서 급여 조정 방안을 살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희귀질환 가족 간담회

이 자리에 함께한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희귀 질환 환자 수가) 극도로 소수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으로 모두 책임지겠다고 하면 '과도한 지원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며 "(일반 국민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 역시 매우 적다"고 말했다.

아울러 "참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사람의 생명은 귀한 것인데 소수란 이유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입거나, 소외되면 안 된다"며 정책적 노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송씨의 어머니 박순배(55)씨는 26일 "치료제가 부족하고 환자 수도 적어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던 희귀 질환 환자들의 어려움을 직접 말할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희귀 질환은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벽이 있어 국가의 역할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며 "희귀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지 않고, 환자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yangd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