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해석지침 행정예고…근로시간·복리후생 등 지배하면 '구조적 통제'
도급계약 상 일반적 지시는 해당 안 돼…'경제적 종속' 여부 보완 지표
해외투자·합병 과정서 정리해고·구조조정 발생하면 '노동쟁의' 대상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작업방식 등을 '구조적 통제'하면, 하청 노동자에게 교섭권이 부여된다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다만 도급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건 아니고,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을 통제해 하청 사용자의 결정을 본질적 제한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합법적 파업 사유에는 해외 투자, 공장 증설,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이 포함되지 않지만,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조건 변동이 발생하면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개정 노조법 제2조 해석지침(안)'을 마련해 행정 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핵심이다.

◇ 핵심 기준 '구조적 통제'…'경제적 종속성' 보완 지표
노란봉투법 2조 2호에서 사용자 개념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으로 넓어졌다.
이를 두고 실질적이고 구체적 지배·결정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노동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핵심 판단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소속 노동자의 근로조건 결정을 구조적으로 제약해 하청 사용자가 결정할 재량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면, 원청 사용자의 구조적 통제가 인정된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구조적 통제 예시는 최근 판례로 인정된 ▲ 인력운용 ▲ 근로시간 ▲ 작업방식 ▲ 노동안전 ▲ 임금·수당 등이다.
구체적으로 원청 사용자가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의 수, 하청 교대제 등 근로시간, 업무 순서 등 작업방식 등을 결정하는 경우다.
하청 노동자가 이용하는 통근버스, 휴게시설 등 복리후생, 하청 노동자의 위험·특근·야근수당 등 임금·수당, 작업장 및 안전 예산 등 노동안전에 대한 원청의 통제 여부도 사용자성을 고려하는 요소다.
다만, 도급계약이 맺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적 통제가 인정되진 않는다.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납기·품질 요구, 거래조건 협상·변경 등을 요구하는 건 계약상 관리범위 내 행위이므로 구조적 통제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가령 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업무를 하는 사내 협력업체에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 업무를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는 도급계약에 의한 일반적 지시권에 해당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의 도급계약 상당수는 독자적인 구조이고, 근로계약 없이 실질적·구체적 지배하는 건 예외적 상황"이라며 "사내하도급이나 하청 자율성이 없는 구조적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에 따른 하청 노동자와의 교섭은 구조적 통제가 인정된 의제로 한정된다.
근로시간에 대한 원청의 구조적 통제가 인정된다고 해도, 인력운용이나 복리후생 등 다른 분야까지 교섭 의제로 꺼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원청의 사업에 편입' 및 '경제적 종속성'은 구조적 통제에 대한 보완적 지표다.
예를 들어 하청 노동자의 노무가 원청 사용자의 사업체계에 직접 편입돼 있거나, 전속계약 해지 시 하청의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등 경제적으로 종속된 경우라면 실질적·구체적 지배에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반대로 하청이 고도의 전문성·기술성을 보유해 원청이 해당 기술에 대한 대체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 등은 경제적 종속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해외 투자 등 과정서 정리해고 발생하면 '노동쟁의' 대상
노란봉투법 2조 5호에서 '노동쟁의' 대상은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으로 확대됐다.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노동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공장 증설이나 해외 투자,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의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만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결정 당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영향이 추상적·잠재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의 해외 투자 등 결정 자체만으로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해외 투자 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구조조정이 동반되면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은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행한 경우이며, 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이나 지방고용노동관서의 노사 교섭지도 과정에서 위반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다.
노동부는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나, 노란봉투법에 근거해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간 합의 미이행에 대해서는 노사 교섭을 촉진하고 조정을 통해 자율적 분쟁 해결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석지침 행정예고는 노동부 홈페이지(www.moe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동부는 이번 해석지침이 확정된 게 아닌 만큼, 행정예고 기간인 다음 달 15일까지 의견이나 대안을 수렴해 필요한 내용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노란봉투법은 원하청의 상생 성장을 위해 대화 자체가 불법인 상황과 극한 투쟁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k9@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