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항 일정 사고 조사 위해 연거푸 연기…공항 정상화 '불투명'
일터 잃은 종사자 사실상 '업무 대기'·여행업·관광업·숙박업 등 수천억 피해
광주전남 무안공항 이용객, 인천·김해공항 장거리 이동 '부담'
[※ 편집자 주 =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오는 29일로 1년을 맞습니다. 온 사회를 뒤흔든 충격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옅어졌지만, 유가족의 슬픔과 의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를 중심으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고, 경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도 병행되고 있지만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는 참사 1주기를 맞아 그간의 항공안전 제고 노력과 한계, 유가족의 아픔, 무안공항 폐쇄에 따른 지역사회의 어려움, 진상규명 현황과 과제 등을 4편의 기사로 점검합니다.]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무안국제공항은 문을 열지 못한 채 그날에 멈춰 서 있다.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참사 이후 재개항 일정이 연거푸 연기되는 무기한 지연 상태에 놓이면서 공항을 일터로 삼았던 종사자, 지역 항공·관광 산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6일 전남도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참사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은 사고 당일부터 현재까지 폐쇄된 상태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된 지난 1월 재개항하려고 했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위해 내년 1월 5일 오전 5시로 폐쇄 기간이 연장됐다.
참사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공항 시설인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이 지목된 데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로컬라이저가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공항 정상화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기약 없는 공항 폐쇄가 이어지면서 공항을 일터로 삼았던 종사자들과 관련 업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한국공항공사 소속 직원은 모두 104명으로, 현재까지 퇴직자는 없지만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고용 불안도 늘어나고 있다.
항공기 이·착륙 관리나 여객 응대 등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업무 대기 상태에 놓였고, 불 꺼진 공항에서 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맡거나 공항에 머무는 유가족 지원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규정상 겸직이 금지돼 있어 다른 일을 병행할 수는 없지만, 일부 직원은 1년째 멈춘 공항 업무로 심리적·정서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국공항공사는 전했다.

공항 폐쇄 여파는 공항 안에만 머물지 않고, 고스란히 지역 여행·관광업계로 번지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았던 광주·전남 지역 여행사들은 참사 이후 항공편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실상 영업 기반을 잃은 상태다.
여행업을 포함해 공항 인근 숙박업·관광업 등 연관 산업 전반에 걸쳐 올해에만 1천152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참사 이후 '12·29 여객기 사고 피해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피해 규모를 산정했다.
무안국제공항의 출입국 실적을 토대로 지역 여행사 639곳의 매출 손실액은 2천815억원으로 추정했고, 여행업계의 일반적인 영업이익률 10%를 고려해 직접 피해액을 281억5천만원으로 계산했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여행사 상당수는 1∼2인으로 운영되는 영세 소규모 업체로, 급여를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전남도가 여행사 1곳당 300만원을 지원하긴 했어도 여행업계에서는 피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현황은 파악되지 않지만, 일부 소규모 여행사는 이미 문을 닫았거나 폐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항공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현장에서의 피해도 뚜렷하다.
그동안 초당대학교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를 이용해 졸업 요건 중 하나인 비행 교육을 받아왔지만, 공항 폐쇄로 더 이상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놓였다.
졸업을 앞둔 4학년생 22명은 비행교육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 10월부터 충북 청주공항에서 비행 교육을 받고 있으며, 교육원 차량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청주까지 이동하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서는 총 190시간의 비행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이 가운데 14시간은 야간 비행으로 채워야 하는데, 인근 광주·김해공항에서는 오후 6시 이후 야간 교육이 불가능해 청주공항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무안과 청주로 오가는 이동 시간으로만 8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데다가 하루에 훈련이 가능한 청주공항의 인원도 제한적이어서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국제선 이용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폐쇄 이전에는 무안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중국·동남아 등 비교적 가까운 해외로 떠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인천·김해 등 타지역 국제공항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야 해 시간·비용 부담도 늘어났다.
전남도는 여러 기관과 협의를 거쳐 공항 정상화와 관련 업계 지원 방안 마련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 여행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긴급 지원을 했지만, 공항이 정상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며 "공공재인 공항이 멈춰 발생한 피해인 만큼 중앙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aum@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