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선물 등 온정의 손길 이어져…"잘 자라 다른 사람 도울 수 있길"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정지수 수습기자 = "루돌프 사슴 코는 개코. 매우 반짝이는 코딱지."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25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상록보육원은 온종일 장난기 어린 아이들의 웃음과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들어서는 길목부터 산타 장식으로 알록달록한 상록보육원은 즐거운 하루를 보낼 채비를 마친 듯 보였다.
상록보육원은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1959년 처음 만들어졌다. 현재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53명이 모여 살고 있다. 지금은 저마다 배경이 다른 아이들이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남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이날은 20년 넘게 보육원을 지켜봐 온 후원자부터 오랜만에 방문한 후원자까지 여러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2019년 크리스마스에 보육원을 찾았다가 6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는 박재선(47)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박씨는 "조카한테 선물을 많이 줬었는데, 조카가 크고 나서는 이곳을 찾는다"고 얘기했다.
선물 포장지를 뜯어보던 A(6)군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어떤 선물이 제일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다 마음에 든다고 활짝 웃은 A군은 선물 받은 용수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이것 보세요!"라고 연신 외쳤다.
점심을 책임진 후원자는 아이들이 제때 먹을 수 있도록 점심시간 전에 도착해 수제버거를 부지런히 날랐다. 썰렁하던 식당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햄버거 냄새로 가득 찼다.
식사를 마치고 간식 꾸러미를 받은 아이들은 "저도 이거 받았어요!"라고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지렁이 모양 젤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B(5)군은 "집에 가서 뜯어볼 거다"라며 간식 꾸러미를 품에 소중히 안았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빠지지 않았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상록보육원에 케이크와 딸기, 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기부한다는 양복숙(53)씨는 "어릴 때 시골에 살아서 케이크 같은 걸 아무나 못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며 후원을 이어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서 봉사해왔다는 양씨는 청소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봄 청소 봉사를 준비하기 위해 보육원을 둘러보고 왔다는 양씨는 "할 게 너무 많다"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오후에도 상록보육원은 아이들의 신난 목소리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역시 20년 이상 봉사를 해왔다는 봉사단체 '아기천사'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노래 맞추기, 공 던지기 게임 등을 준비했다. 보육원 강당은 금세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행사를 지켜보던 부청하(82) 상록보육원장은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기에 아이들이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도 잘 자라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readines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