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 트럼프 새 실세…36세 백악관 부비서실장 주목

연합뉴스 2025-12-25 18:00:04

제임스 블레어, 트럼프 메시지 설정·공화당 내부 단속 임무

트럼프의 '싸움닭'…현재 고물가·의료부담 맞선 선거전략 집중

제임스 블레어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제임스 블레어(36)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영향력 있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레어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메시지를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특히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의 전략을 조율하는 핵심 임무를 맡고 있다.

공화당 내 의원들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지출 패키지를 통과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연방 하원에서 공화당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선거구 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의 영향력이 상당해서, 백악관 일부 참모들 사이에선 이를 '블레어식 선거구 조정'(Blairymandering)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를 트럼프 대통령 곁으로 이끈 것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수지 와일스 현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두 사람은 과거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진영에서 함께 일했으나, 주지사 취임 첫해 밀려난 뒤 그와는 관계가 소원해졌다.

블레어 부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맡은 첫 업무는 작년 공화당 경선 중 디샌티스 주지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는 과거 디샌티스 주지사 밑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관련 정보를 자주 활용했다.

그가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웠던 것은 아니다.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블레어를 '뻣뻣한' 사람이라 평했다. 대선 이후 그를 점차 알게 됐고, 지금은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러셀 보우트 예산관리국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블레어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훌륭한 제임스'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정작 블레어 부비서실장은 스스로를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싸움닭'(junkyard dog)에 비유한다. 그리고 종종 "대통령이 원하시는 건…"이라는 말로 반론과 공격을 시작하곤 한다.

주변 평에 따르면 블레어 부비서실장은 열정적이고 불같은 인물이다. 추진력이 강하고 욕설을 잘하며,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고 한다. 백과사전 같은 방대한 지식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 '현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함께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블레어 부비서실장

의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나쁜 경찰'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경고를 전하는 것인데, 일부 의원들은 이를 협박 혹은 의회 무시로 받아들여 불만을 갖기도 한다.

그는 의원들에게 의안에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 선거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주 조언한다고 한다.

의원들에게 지역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보다 인기가 많다는 점을 주지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폐지를 추진함에 따라 상원의원들을 비공개로 만나 수정안을 제시하고 재고의 뜻이 있는지 타진하기도 했다.

최근 몇 달간 그는 중간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블레어 부비서실장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백악관 보좌관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들에게 특정 선거구와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잠재 후보 수십명을 인터뷰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정책 지지 여부 등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물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경제 관련 메시지 수정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 등으로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는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현 정부 정책의 정치적 취약점을 보여주는 자료를 제시하고, 의료비 부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죄자 추방에 초점을 맞춘 이민 단속이 광범위한 단속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가 하면, 경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관적 태도를 보여주는 자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생활비 부담 문제가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조언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와는 차이가 있다.

nomad@yna.co.kr